국제육상대회 ‘볼트 효과’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지난해 9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선수들이 트랙을 달리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 제공]

3일 오전 11시30분 대구시 포정동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손상진 운영본부장이 오는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릴 ‘2010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참가자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의 참가 확정 기자회견 후 14일 만이다. 손 본부장은 “우사인 볼트 등 세계 정상급 선수가 대거 참가하는 만큼 어느 대회 때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가 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인 육상 스타를 초청해 놓고도 고민에 빠져 있다.

분위기가 뜨지 않아서다. 조직위 측은 ‘총알’ ‘번개’ ‘인간 탄환’ 등으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의 참가 발표 이후 입장권 판매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볼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볼트는 지난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58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당시 그는 활을 쏘는 모습의 세리머니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입장권 판매를 시작한 이후 30일까지 일반인에게 판매된 것은 3491장. 유료 관람석 3만3200석의 1%에 불과하다. 입장권 판매를 대행하는 인터파크를 통해 2102석이, 국제육상경기대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389석이 팔렸다. 조직위는 인터넷 외에 대구은행 각 지점과 구·군청 민원실에서도 입장권을 판매 중이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천안암 사태와 지방선거 등 대형 이슈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대구시와 산하 공기업 직원들에게 입장권을 예매하고 있다.

대구시 본청과 사업소, 대구도시철도공사 등이 대거 예약했다. 현재 전체 판매량은 2만6714장으로 유료 관중석(3만3200석)의 80.5%를 차지한다. 조직위가 ‘단체’를 끌어들인 것은 ‘빈 자리’가 있을까 우려해서다.

이번 육상경기대회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리허설 경기로 치러진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월드 챌린지 리그’로 대회의 격을 높인 데다 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인 스타가 대거 참여하기 때문이다. 입장객 관리 등 대회 운영 능력을 점검하는 성격도 띤다. 이에 따라 입장권도 유료화했다. 가격은 100m 트랙 옆 프리미어석이 1만원, 일반석은 5000원이다. 주관방송사인 KBS는 이 경기를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입체영상(3D)으로 중계한다.

조직위의 문동후 사무총장은 “미국 등지에서는 볼트가 참가하는 육상대회의 경우 5만석이 넘는 경기장도 가득 찬다”며 “시·도민이 좀더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홍권삼 기자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2005년 시작됐다. 첫 해 남녀 100m, 800m 경기 등 15개 종목에서 19개국 175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는 30개국에서 200여 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미녀새’ 이신바예바 등 스타급 선수가 출전해 왔다. 특히 지난해 대회에는 타이슨 게이(미국)가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4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