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대법안 강행땐 위급 상황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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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파행을 끝낸 국회가 정상화 일주일 만에 다시 삐걱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정무위)과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의 면직동의건(운영위)을 사실상 단독 처리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정기국회 첫 힘겨루기에서 한발 밀려난 한나라당은 더 이상 '다수의 횡포'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격앙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19일 주요 당직자 회의 후 "관행과 원칙을 무시한 일방독주의 악습을 막기 위해 앞으로 합의되지 않는 안건은 절대로 심의하지 않을 것이며, 여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하면 경우에 따라 몸으로 막는다는 각오를 원칙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여당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당분간 운영위와 정무위에 불참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강공에 나선 배경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한나라당뿐 아니라 재계.시민사회가 제시한 대안은 단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수와 힘만 믿고 강행했다"면서 "앞으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4대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정말 위급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 내부에 청와대의 논리로 무장한 몇몇 강경 의원이 합리적 목소리를 억누르고 분위기를 강성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다시는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약속을 받아낸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야당에 대한 대응을 자제했다. 대신 표결처리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나섰다. 단독처리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걱정했다. 이부영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상임위 자리를 지키다 중간에 퇴장했는데 이는 법안 처리를 묵인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단독 퇴장한 것이지 열린우리당이 단독 처리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최광 처장의 면직동의안 처리에 대해서도 "최 처장이 예산정책처장으로 있으면서 한 언동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았던 만큼 운영위 표결은 당연했다고 본다"고 했다.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면직동의안 모두 여야가 한달 이상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야당도 표결 처리에 내심 공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번의 표결 강행이 야당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어 '4대 입법안'처리에서 한나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퇴장 전술은 4대 입법안을 육탄 저지하기 위한 명분축적용'이라는 자세여서 정기국회의 앞길이 험난하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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