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 부실채권 정리에 GDP 절반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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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이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규모의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유력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10일 밝혔다.

S&P는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전체 대출금의 절반에 달하며, 중국정부가 은행들의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투입해야 할 돈은 총 4조5천억위안(약 7백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GDP(8조9천억위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테리 챈 S&P 연구원은 "당초 중국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회수하는 비율을 33% 정도로 봤지만 이제는 20%에 불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정리 비용도 당초 예상했던 3조3천억위안보다 크게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S&P는 또 중국의 금융부실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들로부터 거액을 빌려쓴 국유기업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적자경영 상태인 데다 은행들의 신용분석 기법도 별로 향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2년 전 4개의 부실채권 정리기구를 설립, 지금까지 1조4천억위안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바 있다.

S&P는 앞으로 수년간 중국 정부가 재정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1천8백억달러의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BBB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이 뒤처져 있는 것도 신용등급 향상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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