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왕산 · 낙산 조명시설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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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성곽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 인왕산과 낙산 능선에 조명을 설치하고 덕수궁을 야간에도 일반에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7일 서울시립대가 서울시의 용역에 따라 마련한 '서울 지역별 야간경관 계획'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시내의 야경을 살려 도시의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궁과 도심 산에 야간 조명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야간 경관을 위해서는 인공 시설물 설치가 불가피해 문화재나 자연을 훼손한다는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 야간경관 살려야 한다=보고서는 도심에서 곧바로 보이는 인왕산 능선이나 정상 부근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산의 형태나 바위의 모양을 구경하자고 제안했다.

낙산 주변에도 성곽 도시의 역사성을 부각할 수 있는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복궁길.창경궁로.운현궁 주변 등에 조명시설을 갖춰 빛과 어울리는 고궁의 아름다움을 강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덕수궁 내에 야간 관광을 위한 조명 설치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우선 월드컵 대회 기간 중 오후 11시까지 덕수궁을 개방할 계획이다. 시는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이후에도 덕수궁 야간개방을 문화재청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전반적으로 거리가 너무 어둡다는 지적에 따라 삼각지~녹사평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로와 옛 러시아공사관.성공회성당.정동제일교회 등 근대 건축물이 몰려 있는 정동길 일대를 '빛의 거리' 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문제는 없나=전문가들은 인왕산이나 낙산에 조명시설을 할 경우 전기배선과 폴대 등의 설치로 인해 역사 유적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데다 설치나 관리.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명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접근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기대하는 만큼의 '감상 효과' 가 나지 않을 것으로 미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덕수궁 야간 개방도 주무부처인 문화재청이 문화재 훼손과 도난, 야간 경비의 어려움 등을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외국의 유명 도시는 거리 곳곳에 야간 조명을 화려하게 해놓아 관광수입을 올리고 주민만족도도 높다" 며 "서울의 야경을 새롭게 꾸민다는 차원에서 야간 조명 문제를 보아야 한다" 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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