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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햇볕 좋아 포도 최상급‘아홉수 와인’의 전설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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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06면

프랑스에서 아홉수 해에 생산된 와인은 전설적인 마력을 갖고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1989년산을 보면 양대 산지인 보르도와 부르고뉴에서 레드·화이트와인 모두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99년에도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보르도 레드와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2009년산 와인도 “프로메퇴르(prometteur, 유망한) 빈티지”로 ‘아홉수 마력’을 이어받을 태세라고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생산된 와인의 품질이 2007, 2008년산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효 마치고 병입 기다리는 2009년산 프랑스 와인

2009년은 와인 품질을 결정하는 포도 생장에 필요한 조건들을 완벽히 갖춘 한 해였다. 포도 수확 때까지 하늘에는 늘 태양이 떠 있었다. 그레이트 빈티지의 기본 조건인 영양 상태와 일조량, 두 가지가 모두 만족된 것이다. 그래서 벌써 2009년산 와인이 세기의 빈티지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판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많은 2009년산 와인이 병입(甁入)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제 막 발효를 마친 단계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르피가로가 보도한 프랑스의 주요 와인 산지별 동향.

보르도:지나친 열광은 금물
2009년산 와인 생산지 가운데 가장 혜택받은 곳이 보르도다. 보르도 와인 생산업자들은 벌써 세계 곳곳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2009년 보르도 와인은 현재까지 21세기 최고의 빈티지로 평가되는 2005년산과 생산조건이 판박이처럼 닮았다. 개화 시기가 고루 일렀고, 열매도 빨리 성장했으며, 완벽하게 잘 익었다. 수확 시기에 햇빛도 충분했다. 그레이트 빈티지가 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성급한 와인 애호가들은 “1950년 이후 최고의 보르도 와인이 탄생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다.

20세기 최고의 보르도 와인으로 꼽히는 빈티지가 61년산이므로 이 얘기는 사실상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 보르도 와인으로는 최고라는 평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5년산과 2000년산도 처음에 이런 평가들이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모든 보르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이번 주를 지나 봐야 전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가지 불안요소는 알코올 도수가 조금 높다는 점이다.

부르고뉴:보졸레가 좋다
부르고뉴도 보르도만큼 온화한 날씨의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보르도와는 달리 개화 시기가 균일하지 않았다. 다행히 포도 익는 기간이 충분해 이런 단점을 메울 수 있었다. 수확량은 풍성했다. 99년 이래 둘째로 많았다. 레드와인은 이미 품질이 대단한 것으로 판명 나고 있다. 2005년산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부르고뉴의 뛰어난 ‘피노 누아’를 찾는 전 세계 수입상들은 벌써 눈독을 들이고 있다. 피노 누아로 만드는 부르고뉴의 대표적 와인으로는 한 병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하는 로마네 콩티가 있다.

화이트와인의 품질은 제법 편차를 보인다. 보졸레는 역사적인 빈티지임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그레이트 빈티지로 평가받는 2005년산과 76년산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부르고뉴의 화이트와인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편이어서 가격이 싸다. 그랑 크뤼(고급) 와인을 싼값에 마실 수 있는 기회다.

알자스:청포도와 ‘피노 그리’에 주목할 만
위도가 높은 알자스 지방에서도 2009년 한 해 기후는 뜨겁고 건조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포도 중 청포도, 피노 그리, 피노 누아에는 축복이었다. 하지만 알자스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 게뷔르츠트라미네르에는 불운이었다. 2009년산 전체 알자스 와인의 성적표는 B등급 정도. 가뭄 때문에 일부 와인에서는 약간의 고무 냄새가 나기도 한다. 피노 그리와 리슬링(청포도) 품종으로 빚은 와인은 권할 만하다.

론:일류 와인 에르미타쥬
2005년산과 2007년산처럼 2009년산 론 와인도 명품 와인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남·북부 지방 간에 편차가 좀 있다. 남부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샤토뇌프뒤파프의 경우 갈수록 진가를 내뿜는 2007년산만큼은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부의 대표적 와인 산지 에르미타쥬에서는 좋은 제품이 나온 것으로 판명됐다. 혹자는 그랜드 빈티지인 90년산에 견줄 만하다고 한다.

루아르:소뮈르 샹피니에 후한 점수
루아르도 좋은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6월에 선선했는데, 이는 훌륭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데 쓰이는 슈냉 품종에 좋은 기후 조건이었다. 레드와인의 경우 소뮈르 샹피니 와인이 좋은 품질을 예고하고 있다.

랑그도크-루시용:높아진 알코올 도수 주의
지난해의 좋은 날씨는 그렇잖아도 일조량이 충분한 프랑스 남부 지역을 뜨겁고 건조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포도 생장에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레드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 물이 부족해 탄닌이 강하게 느껴진다. 레드와인의 경우 강하고 진한 맛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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