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교원 성과급 지급 왜 집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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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사의 사기 진작과 후생복리를 명분으로 시행 중인 성과급 제도가 오히려 교사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선심성 제도가 교사들의 장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할 교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교사 본연의 업무는 진리와 양심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며 수업을 통해 교육적 효과(완전한 인간)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잡무, 즉 교무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불평 없이 참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논리만 앞세워 1년 단위의 평가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해 교사의 사기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운다고 호도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교육을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생 전체를 놓고 평가하기도 어려운데, 1년 동안에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또 평가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며 가능하지도 않다.

교사들은 교육적 권위와 명예로 교단에 선다. 그런데 차등화된 평가로 분류된다면 어떤 교사가 소신껏 교단에 설 수 있겠는가. 가시적인 효과만 노리는 비교육적인 풍조가 팽배해질 것이다.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 과 '받을 수 있는 분위기' 를 만든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잡무에 대해 업무수당을 주거나 과다한 수업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담임이나 다른 보직, 특정 업무를 맡는 교사에게 적절히 보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보상제도는 담임 기피현상이나 기타 교무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필수 <고양 무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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