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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장 다음은 … 네 명의 김 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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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안나푸르나 등정을 마친 오은선 대장(왼쪽)이 무사히 베이스캠프에 복귀한 후 환영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 대장은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공수한 냉면과 게장을 먹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안나푸르나=연합뉴스]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의 쾌거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히말라야 완등자 4명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14좌 완등자를 대륙별로 보면 유럽 11명, 아시아 5명, 북중미 3명, 호주 1명 순이다. 한국이 압도적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희소식이 또 들리고 있다. 14좌 완등을 코앞에 둔 한국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먼저 김재수(48·코오롱)와 김창호(41·몽벨)가 있다. 김재수는 14개 봉우리 중에서 안나푸르나와 가셰르브룸Ⅰ·Ⅱ 등 봉우리 3개를 남겨두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네팔로 출국하기 전 “봄에 안나푸르나를 오른 뒤 가을 시즌 나머지 2개 봉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또 다른 14좌 완등인이 등장하는 것이다. 김재수는 고 고미영씨를 히말라야로 이끈 주인공으로 ‘히말라야 체질’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고소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산악계에서 ‘엄·박·한(엄홍길·박영석·한왕용) 이후 차세대 클라이머’로 인정받는 김창호는 29일 칸첸중가 등정을 성공시키며 10좌째를 넘어섰다. 이어 안나푸르나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등반 사고로 열 손가락 모두를 잃고도 14좌를 진행 중인 김홍빈(46·광주산악연맹)과 김미곤(38·한국도로공사)이 뒤를 잇는다. 둘은 모두 봉우리 5개를 마쳤다. 아직 길이 멀지만 김홍빈은 불굴의 의지를 무기로, 김미곤은 ‘산소 탱크’라 불리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도전 중이다. 4명 모두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14좌 완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홍빈·김미곤은 지난 24일 마나술루(8163m) 등반 중 동상에 걸려 현재 네팔 카트만두에서 치료 중이다.

더 난이도가 높은 도전도 진행되고 있다. 2001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4좌를 완등한 박영석(47) 대장은 이른바 ‘14좌 신루트’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봄,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처음 개척해 ‘코리안 루트’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 박 대장은 지난 22일부터 히말라야 3대 난벽 중 하나로 꼽히는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하고 있으며, 이어 로체 남벽, 마칼루 서벽에도 신루트를 뚫는다는 계획이다.

히말라야 14좌 원정은 현재 한국 산악계에서 일종의 유행이다. 지난해 가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한국 원정대 4개가 캠프를 친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한 상황도 중요한 배경을 이루고 있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14좌 완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산악연맹과 함께 부산시 차원의 14좌 완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봉우리 7개를 마쳤으며, 올해 봉우리 4개를 더해 내년에 14좌를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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