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회사인 농수산TV의 상품기획팀 김연도(42.사진) 과장은 스스로를 '쌀박사' 라고 부른다. 그의 직업은 쌀을 상품으로 기획해 구입하고 판매하는 일을 총괄하는 머천다이저(merchandiser.MD)다. 쌀과 관련한 박사학위 소지자 못지 않게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군 제대 후 1981년 고향인 경북 선산(현재는 구미시 편입)에서 농민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는 84년 쌀 증산왕으로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쌀 재배와 관련한 세미나에도 발제자로 수없이 참여했다. 91년부터 4년간 한국농어민후계자 중앙연합회에서 쌀 유통 업무를 하다 95년 쌀 유통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쌀과 함께 지낸 20여년의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 6월 농수산TV의 쌀 머천다이저로 특채된 그는 "낱알만 봐도 품종은 물론 밥맛까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런 경력을 바탕으로 최상의 쌀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며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전국일주를 다섯 번이나 했다. 한번에 2천㎞를 돈다.
좋은 쌀을 구입하기 위해 피가 날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 농민과 약속한 시간은 다가오는데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나 5시간 동안이나 애를 태운 적도 있다.
며칠 동안 설득해 쌀을 납품받기로 한 농민이 어느 날 "조건이 까다로워 못하겠다" 고 버티는가하면 좋은 쌀이 있다는 소문에 지리산 자락을 3일 동안 헤맸으나 품질이 형편없어 실망하고 돌아선 경우도 허다했다.
고생한 보람도 있었다. 이달부터 단일 품종으로만 이뤄진 여천쌀을 판매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산청 메뚜기쌀 등 7개 신제품을 내놓는다. 김씨는 "여천쌀을 한 번 산 고객의 40%가 다시 구매신청을 했다" 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밥짓기 요령 하나. 쌀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 함량이 줄어 맛이 떨어진다. 한달치 분량만 구입해 냉장고에 넣어두면 햅쌀처럼 먹을 수 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