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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점보기 '화려+당당' 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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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연애 운을 알고 싶으세요? 그러면 잔인한 뱀파이어 카드가 좋아요. "

서울 신림동 S오피스텔 10층.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들까지 북적거린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카드를 사러 온 사람들이다. 도박용 카드가 아닌 타로(tarot)카드.

그림에 따라 카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알고 싶은 분야에 따라 여러벌의 타로 카드를 구입해 가기도 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곳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타로 카드 바람을 타고 있다. 1주일에 한번 미국.유럽 등에서 들여온 카드가 도착하는 날이면 축제 분위기다.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카드를 사러왔다는 공윤주(16.문화정보고1)양은 "반 친구를 통해 타로 점에 대해 알게 됐다. 나도 배우고 싶어 카드랑 매뉴얼을 사러왔다" 고 말한다.

벽에 가득 쌓여 있는 타로 카드의 종류는 무려 3백여종. 전세계 3천여종 가운데 10%를 구비했다.

이 곳(http://www.torotclub.co.kr)의 주인인 칼리(예명.27.여)는 "중학교 시절부터 역학(易學)공부를 하면서 우연히 접한 타로 카드의 매력에 빠졌다" 고 말했다.

'점(占)' 이라고 하면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의 점집이 연상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점이란 밝고 재미있는 놀이의 한가지로 다가온다.

무속적 분위기가 있는 동양의 점과 달리 서양 점들은 시각적인 도구를 사용해 흥미를 자극한다.

타로 카드에 이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룬 문자' 는 보석에 새겨진 문자를 이용해 운세를 보는 방식이다. 인도의 '탄트라' , 서양의 '주사위 점' 이나 64괘를 이용한 '이칭' 등도 젊은이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이들 서양 점은 당사자가 직접 배워 자신의 점을 쳐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젊은이들이 점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된데는 인터넷의 확산도 큰 역할을 했다.

직장인 이민정(27.여)씨는 매일 아침 인터넷 역학 사이트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받는다. 여기엔 매일 아침 하루의 운세와 처세법 등이 적혀 있다.

"물론 재미죠. 그냥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 가짐을 다지는 수단일 뿐 크게 신경쓰지는 않아요. "

주식 시세를 사주로 풀어 예측하는 애스크퓨처닷컴(http://www.askfuture.com)은 젊은 투자가들을 끌어들이는 인터넷 사이트. 기획실장 권호준(31)씨는 "주식 시장이 개장한 날을 탄생일로 삼고 그날부터 사주를 따져 주식 시장의 운세를 점친다. 거기에 개인의 사주와 종목의 사주를 맞춰보면 대강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고 설명한다.

서울시에만 4개의 점포를 연 '점술 왕국' 은 기업형 점집을 표방한 경우다. 이곳에 들어서면 재미있는 인테리어와 화려한 색깔의 부적.구슬 등이 눈길을 끈다.

주 고객층인 20대 여성들의 관심사에 맞춰 성형 전문 상담.전생 상담.출장 상담 등 다양한 메뉴를 갖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상담가도 두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미래를 점술에 묻는 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행위는 아닐까.

"어차피 운이라는 걸 무시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 대학생 김희정(22.여)씨의 말이다.

점술을 이용해 취업준비생 각자에게 알맞는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헤드헌팅업체

다이나믹 서치(http://www.dsearch.co.kr)대표 이유진씨는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건 가장 적극적인 구직행위가 아니겠느냐" 고 주장했다.

하지만 점술 관련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인생과 운명은 개인의 노력과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완전히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중앙문화센터에서 주역을 강의하는 김혜전씨는 "과거와 현재.미래는 서로 상호 관련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므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박혜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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