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 후 달라진 금융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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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외면받고 있다. 그 결과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테러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달러화 대신 스위스 프랑 등 다른 국제통화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고위험' 보다는 '저수익.저위험' 투자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어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급속히 위축될 전망이다.

◇ 외면 당하는 달러=일본은행에 따르면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하루 평균 달러 매매량이 지난 11일 테러사태 이후 크게 줄었다. 9월 들어 11일까지 하루 평균 매매규모는 91억달러였으나 12~20일은 72억달러로 감소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17, 19일 엔화강세를 막기 위해 매입한 달러화를 빼면 이 기간 중 순수 거래량은 51억달러에 불과했다.

도쿄미쓰비시(東京三菱)은행측은 "미국의 보복전쟁이 달러화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 적극적인 매매를 자제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테러사건 후 한때 1년8개월 만에 최고인 달러당 1.75프랑을 기록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스위스 프랑 매입붐은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과거의 위기 때에도 경상흑자와 대외자산이 많은 스위스 프랑은 강세를 보였다" 고 전했다.

◇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투자기준=미국의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만기가 짧고 안전한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2년짜리 미 국채에 돈이 몰려 채권가격이 급등(수익률은 하락)하는 현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2년짜리 미 국채는 이달 초 수익률이 연 3.7%선이었으나 지난 21일엔 사상 최저인 2.81%까지 떨어졌다.

민간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 대한 민간 자본투자가 지난해보다 36% 감소한 1천61억달러에 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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