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단속 강화 … 왕따 된 애리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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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불법 이민자를 강력히 단속하는 이민법을 통과시킨 미국 애리조나주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8일 보도했다. 애리조나주 의회는 최근 불법 이민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체류 신분을 확인·단속하는 권한을 주 경찰에 부여하는 법을 채택했다. 지금까지 불법 이민 단속권은 연방정부만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다른 주들과 이웃 나라인 멕시코가 애리조나주 방문 거부운동을 펼치거나 경제협력 관계를 단절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렐 스타인버그 캘리포리아주 상원의장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애리조나주의 이민법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비양심적인 법률”이라며 “애리조나주와의 경제협력 단절을 주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연방정부도 애리조나주의 이민법에 우려를 표하면서 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새 이민법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애리조나주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일고 있다. 애리조나주 호텔숙박업협회는 한국의 싸이월드 격인 페이스북에 ‘애리조나주 관광을 보이콧하지 마세요’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정치적 결정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관광업 종사자가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사태가 이렇게 악화한 것은 연방정부가 불법 이민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경 경비 문제와 이민법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건강보험개혁과 금융개혁 등에 밀리는 바람에 애리조나주가 독자적인 이민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27일 CBS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정부가 국경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법 이민 문제에 시달리는 애리조나주가 강력한 이민법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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