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원들이 경영 혁신 모임서 사진 오려붙이기 놀이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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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유열 KT 홈고객부문 사장(맨 오른쪽) 등 KT 임원들이 잡지를 오려 KT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콜라주 게임을 하고 있다. 그는 겨울의 오픈카, 시계, 영화배우 윤정희 사진 등을 활용해 도전적혁신적 이미지를 꾸몄다. [사진제공=KT]

28일 오후 3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KT의 경기도 분당 본사 5층 회의실에선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임원들이 8명씩 조를 짜서 유치원생처럼 잡지 사진을 오려 붙이는 작업을 한 것. 종이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회사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혁신교육 장면이었다. 이날 이 회사의 상무 이상 임원 87명은 머리를 맞대고 경영혁신 전략을 논의한 뒤 콜라주 게임으로 혁신을 체험했다. 서유열 홈고객부문 사장은 “겨울의 오픈카와 시계, 영화배우 윤정희 사진을 가지고 KT가 지향할 혁신 이미지를 표현했다. 오픈카는 역발상 경영, 시계는 정확한 전략, 윤정희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KT 전략회의는 세계적 경영학자인 게리 하멜(56·사진) 런던정경대 객원교수가 주도했다. 그는 이달 초 KT의 혁신 멘토로 선임됐다. 그가 이끄는 경영혁신 컨설팅 조직인 ‘코어팀(Core Team)’이 이날 전략회의에서 전면에 나섰다. 10여 명의 컨설팅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코어팀은 10주간 KT의 혁신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하멜 교수는 이날 ‘최고로부터 배우는 혁신과 성과창출’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혁신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는 “엔지니어의 머리에 아티스트의 마음을 가진 혁신기업 애플은 아이폰 하나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움직였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아이폰의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휴대전화 수익의 3분의 1을 챙겨 간다”고 말했다. 이어 “KT도 경쟁의 룰을 바꾸고 기존 모델을 뛰어넘는 비즈니스를 도입하려면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 형태의 토론장을 마련해 ▶콜라주 이미지 만들기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7가지 성공요소 중 KT에 부족한 세 가지 찾기 ▶지속가능하고 창조적인 혁신을 위해 임원이 할 일 등을 진행했다.

금융계의 대표적 혁신경영자로 꼽히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혁신을 통해 경쟁의 룰을 새롭게 짜서 경쟁자를 내 앞마당으로 불러들여야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T가 기존 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탈피해 와이파이(근거리무선망)존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룰로 승부하면 스마트폰 시장을 계속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KT 전략회의는 지난해 1월 취임 후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온 이석채 회장이 임원들의 마음을 다시금 다잡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임원들에게 “KT가 애플·구글과 같은 글로벌 회사와 경쟁하려면 혁신과 스피드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호 기자

◆게리 하멜(Gary Hamel)=런던정경대 교수로 『경영의 미래』 『미래를 위한 경쟁』 『꿀벌과 게릴라』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알려진 세계적 경영학 석학. 특히 경쟁의 룰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창의력을 강조하는 경영혁신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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