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어른들, 학생폭력 못본 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입시학원 강사다.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고교생으로 보이는 서너 명의 남학생에게 돈을 빼앗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학생이 공원에 앉아 있는데 다가와 돈을 줄 것을 요구했고 "돈이 없다"고 하자 가방을 뒤지고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는 것이다. 대낮에 일어난 일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피해 여학생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정말 너무해요"라며 어른들에게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괜히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도움을 호소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치는 어른들을 보면서 그 아이가 무엇을 느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이 창피해졌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해서 또는 일이 바쁘다고 해서 주변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는 것은 기성세대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청소년을 올바르게 선도해야 할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의 탈선을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이화미.서울 강동구 천호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