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경기대책 구체화…추경 등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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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주 낙천적인 사람이라면 테러니 전쟁이니 하는 와중에서도 헷갈리는 논쟁 하나가 사라졌다며 좋아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놓고 둔화(slowdown)냐, 침체(recession)냐 말들이 많았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침체 쪽으로 무게중심이 확 기울었기 때문이다. JP 모건.UBS 워버그 등 유수한 금융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올 3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마이너스(0.5%~1%)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정부든 기업이든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당분간 접어두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기후퇴 우려 속에서도 그로 인해 원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눈 역시 낙관론자들의 것이다. 전쟁, 그것도 장기전이 예상돼 또 다른 불확실성들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유가 전망은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일단 미국의 보복전이 개시되면 유가는 또 출렁거릴 수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를 감안하면 향후 기름값은 지금 수준(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25달러선)보다 더 낮아질 여지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나 더 짚어봐야 할 대외 변수가 달러화 시세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보다 좀더 낮아진 달러당 1백15~1백17엔대를 오르내릴 것 같다. 지난 주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강세(달러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세번이나 시장에 개입했지만 흐름을 돌리기엔 힘이 부쳤던 상황을 분석해 보면 그렇다.

국내에서 이번 주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주 콜금리를 크게(4.5%에서 4%로)낮췄지만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2차 추경 예산과 관련, 꾸물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조만간 이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기력을 잃어감에 따라 수출감소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곧 발표될 8월 수출입 통계가 이를 말해줄 것이다. 주말엔 8월 중 산업활동 동향이 나올 예정인데,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국내 경기도 테러사태 전에 이미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

정부는 또 그동안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포함한 규제 완화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테러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해운업계 지원대책도 마련될 예정이다. 미 정부와 의회는 지난 주말 자국 항공업계에 모두 1백50억달러를 지원키로 확정했다.

콜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들은 재빨리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대출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굼뜨다. 이게 대출고객들의 심사를 긁고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가 대출금리 인하를 채근하고 있어 이번 주에 은행들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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