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 그녀의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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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오은선 대장의 키는 1m55㎝에 불과하다. 몸무게도 50㎏이다. 작고 연약한 체구다. 그러나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자가 됐다. 여기엔 남모르는 신체 비밀과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타고났다=오 대장이 수원대 산악부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다. 대학 새내기 오씨가 교내 체육대회 마라톤에서 여자부 1등을 하자 당시 산악부 선배였던 신동석(45)씨가 “산악부에 놀러 오라”며 가입을 권한다. 오씨는 바로 다음 날 산악부원이 된다. 오씨의 달리기 실력은 대학산악연맹에도 소문이 퍼진다. 1980년대 중반엔 연맹에서 해마다 체육대회를 개최했고, 대회 피날레로 마라톤 경기를 열었다. 그때마다 1등은 예외 없이 수원대 오은선이었다.

오씨는 심폐 기능이 일반인의 두 배나 된다. 지난해 9월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실시한 체력검사 결과, 오씨의 최대 산소 섭취량(체중 ㎏당 1분에 최대한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량)은 63.8mL로 측정됐다. 일반인의 최대 산소 섭취량이 30∼40mL, 남자 축구선수가 평균 60.9mL, 남자 철인 3종 선수가 63.7mL 정도다.

2001년 체력 테스트에선 마라토너 황영조보다 피로 회복 속도가 빠른 것으로 조사됐고, 적혈구·헤모글로빈 증가량도 많아 고지대 적응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씨는 또 탄탄한 하체로 유명하다. 블랙야크 박용학 부장은 “오 대장의 장딴지를 본 적이 있다. 그 딴딴한 근육을 보고 놀랐다.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경쟁의 힘=1년 전만 해도 오씨는 14좌 경쟁에서 뒤처져 있었다. 당시 여성 최초 14좌 완등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주인공은 모두 5명.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 게를린데 칼텐부르너(오스트리아), 니베스 메로이(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의 고미영과 오은선이었다. 파사반과 칼텐부르너는 오 대장보다 두 봉우리 이상 앞서 있었고, 한국의 라이벌은 서로 격려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오씨는 5월 6일부터 100일 안에 네 봉우리를 잇따라 등정한다. 특히 5월엔 연속 등반에 성공한다. 봉우리를 오른 뒤 현지에서 바로 다른 봉우리로 이동해 공격하는 등반 방식이다. 무리한 등반 일정을 소화한 까닭을 오씨는 분명히 밝혔다.

“연속 등반이 아니었다면 한참 기록이 앞선 외국의 경쟁자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야 최초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실패한 뒤 오씨는 봄을 기다렸다.

그 사이 12좌에 그쳤던 파사반이 지난 17일 안나푸르나를 오르면서 둘은 동률이 됐다. 만약에 오 대장이 27일 공격에서도 실패했다면 파사반에게 영광을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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