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응원합니다 J스타일 서포터스 ③ 에버랜드 사육사 선후배 이광희·김한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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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이광희(오른쪽)·김한나씨가 일터인 동물원에서 나들이 분위기를 냈다. 유니폼을 벗고 화사한 아웃도어 패션으로 커플룩을 연출했다.

“당장 옆 놀이공원이라도 갈까봐요. 언제 또 이렇게 나들이 차림을 해 보겠어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사육사인 김한나(26)씨가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동료사육사인 이광희(32)씨도 마찬가지다. 바야흐로 봄. 청춘남녀들이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가 잦아지는 계절이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들이하는 인파가 밀려드는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둘 다 사귄 지 200일쯤 된 애인이 있지만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 해봤다.

이들에게 주말은 일하는 날이다. 평일 중 하루가 휴일인데, 이날도 어영부영 지나간다. “뻔해요. 낮에는 기숙사에서 실컷 자고 어둑어둑해지면 서울로 가죠. 퇴근한 애인·친구와 저녁 먹고 차 마시면 끝이에요.” 그러다보니 멋 내기에는 의욕 상실이 됐다. 차려입기도 민망하고 눈에도 안 띄는 ‘밤외출’이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숙사에서 대충 입고 나와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 끝이다. 김씨는 옷을 사놓고 커튼 봉에 걸어놓으며 ‘욕망’을 달랜다. “가끔은 일부러 차려입고 출근해요. 동료들이 좀 이상하게 봐도 어떡해요. 안 그러면 멋 낼 일이 없으니….” 이씨는 아예 유행을 따져본 지 오래됐다. 기숙사 옷장 안에도 고작 10여 벌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육사를 ‘천직’이라고 말한다. 동물과 소개팅할 때조차 상대의 첫째 조건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내걸 정도다. 9년차인 이씨는 북극곰·백호 같은 맹수들을 돌보고, 5년차인 김씨는 새끼 동물들을 키운다. 녀석들의 아빠·엄마를 대신하다 보니 더없이 친한 선후배 사이가 됐다.

근무복 차림의 모습.

이씨는 “6년째 키운 북극곰은 자식 같다”며 “힘들 때 어미 북극곰이 손 한 번 흔들어주면 금세 기운이 난다”고 말한다. 김씨도 뒤질세라 자랑이다. “남들이 징그럽다고 하는 아르마딜로 새끼도 키우다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어요.” 그쯤에서 우문을 던졌다. 동물이 왜 그렇게 좋은지. “누구나 동물을 보면 ‘무장해제’가 돼요. 어른들이 더해요. 원숭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우와~’ 하면서 함성을 내죠. 한순간이라도 순수해진다는 게 어디 쉽나요.”

두 사람에겐 올해 큰 숙제이자 꿈이 있다. 북극곰 새끼를 얻는 것. 북극곰은 세계적으로도 멸종 위기에 있다. 국내에서 북극곰이 새끼를 낳은 건 1987년이 마지막이었다. 지금까지 이씨는 백호·펭귄·홍따오기 등의 생식에 성공했다. 그래서 이번이 또 한 번의 도전이다. 16살 동갑내기 암수 북극곰이 더 나이 들까 조바심이 난다. 사람으로 치면 이미 30대 후반이다. “5월 중순까지가 번식기간이라 더 노력 중이에요. 좋은 먹이만 주고, 암컷 북극곰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조심조심 하죠.” 김씨가 옆에서 거든다. “북극곰 새끼가 생기면 그걸 키우는 게 또 제 꿈이에요. 선배와 계속 아빠·엄마가 될 수밖에 없겠죠?”


나들이 스타일 이렇게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이들이지만 이곳에선 늘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오히려 놀러가려면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것. 들뜬 분위기를 살리면서 활동하기 편한 옷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실용적이면서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을 권했다. 협찬 코오롱스포츠, 헤어·메이크업 3story 도움말 정행아 실장(코오롱스포츠), 배진주·박세희(3story)

이광희씨는

초록·노랑색으로 봄 분위기 살려

마른 이씨에겐 옷을 겹쳐 입어 왜소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티셔츠·후드티셔츠를 입은 뒤 재킷까지 걸쳤다. 겹겹이지만 방풍 재킷이 초경량이라 그리 부담스럽진 않다. 색깔은 노랑·초록 등 튀는 컬러로 골라 산뜻함을 강조했다.

숱 적은 눈썹은 도톰한 삼각형으로

눈썹을 도톰하게 그려 뚜렷한 인상을 만들어준다. 이때 눈썹 3분의 1지점을 꼭짓점으로 잡아 삼각형을 만들어 주면 깔끔하다.

곱슬 머리엔 왁스 바르고 드라이

이씨는 얼굴 앞쪽 머리가 심하게 곱슬거리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이때는 젖은 머리에 왁스를 조금 바른 뒤 찬바람으로 드라이할 것. 머릿결을 따라 내리면서 말려주는 게 포인트다. 그리고 왁스를 한 번 더 발라 원하는 모양으로 잡아준다. 앞머리를 내리면 어려 보이는 효과도 있다.

김한나씨는

하얀 피부 돋보이는 오렌지색

방풍재킷과 줄무늬 후드 티셔츠를 오렌지색으로 맞춰 입었다. 여기에 바지도 밝은 베이지색을 골라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하다.

눈두덩이 도톰할 땐 라인 두껍게

피부가 좋아 바탕 화장은 잡티를 가리는 정도로만 했다. 단 피부톤보다 어두운 팩트를 이용해 턱선에 음영을 줬다. 동그란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도록 한 것. 김씨의 경우 눈두덩이에 살이 많아 눈이 작아 보이는 게 고민이었다. 그래서 아이라인을 두껍게 하면서 속눈썹을 붙여 눈매를 또렷하게 표현했다.

푸석한 머리엔 에센스 듬뿍

직업상 머리를 계속 묶고 있기 때문에 모근이 가라앉았고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진 상태. 윤기와 볼륨감을 주는 게 관건이었다. 이럴 때 젖은 머리 끝에 에센스를 충분히 발라주고 찬바람으로 드라이하면 윤기가 도드라져 보인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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