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추락기 승객 통화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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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11일 여객기 테러사건 발생 때 펜실베이니아주 벌판에 추락한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93편의 추락 경위가 일부 드러났다.

USA 투데이와 워싱턴 포스트는 17일 미 연방항공청(FAA)의 조사와 승객들의 전화 내용들을 종합한 결과 승객들이 납치범들의 테러 계획을 막아내려 시도했으며 이 와중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신문들의 재구성에 따르면 비상상황은 이륙 후 약 1시간 뒤인 오전 9시40분에 시작됐다. 클리블랜드 상공을 지날 무렵 4명의 아랍인들이 객실과 조종석을 장악했다.

탑승 직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소식을 들었던 일부 승객은 자신들이 탄 비행기가 또 다른 공격목표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이때 객실 뒤편에 타고 있던 30대 승객들의 눈빛이 마주쳤다. 당시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부상을 입고 승객 한명은 살해된 상태였다.

오라클사의 간부 토드 비머(32)는 다른 승객들과 '거사' 를 치르기에 앞서 오전 9시45분 항공기용 전화의 교환원 리자 제퍼슨에게 "부인과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 고 말했다.

그가 기내 상황을 전하기 위해 계속 연결해 놓은 전화에서는 "다들 준비됐죠" "맡은 역할을 해냅시다" 라는 비머의 말이 들려왔다. 비머는 유도 선수 출신인 제레미 글릭(31) 등 다른 승객들이 격투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퍼슨이 비명소리를 들은 직후인 오전 10시쯤 15분 동안 이어진 전화는 끊겼다. 비머는 내년 1월에 셋째 아이를 얻을 예정이었다.

비머 등이 테러범을 제압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앨런 스펜 미 상원의원은 "우리시대의 이 영웅들에게 자유메달을 상신하겠다" 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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