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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호남 암벽의 메카로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얕게 내려앉은 구름 바다를 뚫고 산봉우리가 봉긋하게 솟아있다.

정상에 올라 둘러보면 북으로는 광주 무등산, 남으로는 장흥의 제암.천관산과 해남의 흑석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목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미왕재를 지나 구정봉을 거쳐 월출산 천황봉(8백9m.전남 영암군 영암읍)을 오르는 능선길에서 서너 걸음 떼어놓고 숨고르며 뒤를 돌아본다. 월출산의 기암괴석은 신이 빚은 천상(天上)의 조각 공원인 양 등산객의 뒷덜미를 붙잡아 둔다.

백두대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지리산 천왕봉(1천9백15m). 이곳에서 뻗어나온 호남 정맥은 남해로 빠져나가기 전 크게 용틀임을 하며 월출산을 빚어냈다. 그리고는 다도해로 내달으며 두륜산을 빚어놓고 땅끝마을에서 남해로 빠져나간다.

'월(月)' 자로 시작되는 산 치고 험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월출산 또한 충북의 월악산(1천97m) 못지않게 산세가 험해 호남 산악인들에게는 '암벽의 메카' 로 사랑받고 있다.

월출산은 양자암.힌덕바위.희서리바위.공알바위.쌀바위 등 저마다 전설과 사연을 지닌 바위가 무수히 많다.

영암이라는 이름은 동국여지승람 영암(靈岩)읍도에 나오는 '운무봉과 도갑 및 용암 아래에 있던 3개의 신령스런 바위' 와 관련된 전설 때문에 붙여졌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보름날 천황봉에 올라서면 '달이 뜬다. 달~이 뜬다. …' 라는 '영암 아리랑' 의 노랫가락이 어디선가 들려올 것만 같다.

천황봉까지 오르는 길은 도갑사에서 시작해 미왕재~구정봉~천황봉~구름다리~천황사로 이어지는 길이 최단 코스다. 월남면 너른 들판이나 천황봉을 배경으로 바라보는 구름다리는 월출산행의 백미다. 무박 산행은 도갑사, 당일 산행은 천황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이 구름다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산행 들머리는 도갑사. 때마침 내린 비로 개울마다 시원한 물소리가 등산객을 반긴다. 도갑사 뒤편으로 산죽 터널을 지나 홍계골을 끼고 1시간여를 오르면 억새밭이 펼쳐진 미왕재에 닿는다. 미왕재에서 미황사까지의 코스는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미왕재에서부터 월출산의 산행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본격적인 암릉 등반이 시작된다. 1시간여 암벽을 오르내리면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 가파른 향로봉이 나타나고 날카로운 암릉을 넘어서면 구정봉이 앞을 막는다.

구정봉은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서 있으며 봉우리는 1백여평의 너른 암반으로 되어 있다. 구정봉 밑으로 임진란을 피해 월출산에 올라온 아녀자들이 베를 짰다는 베틀 굴이 있다.

10여분을 내려서면 금릉 경포대와 갈라지는 바람재에 닿는다. 이름만큼이나 남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다. 능선을 따라 40여분을 걸으면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에 닿는다.

천황봉에서 천황사까지의 하산 길은 바람폭포 코스와 구름다리 코스 등 두가지. 바람폭포 코스는 가장 짧지만 자연휴식년제로 통행이 금지돼 있다. 반면 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 코스는 사자봉에서 연실봉을 지나 매봉까지 직벽에 놓인 철제 사다리를 거쳐야 한다.

일요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정체현상을 나타내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그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구름다리는 매봉과 시루봉에 걸쳐 있다.

총 산행 코스는 약 8.5㎞로 쉬엄쉬엄 걸어도 7시간이면 충분하다. 산행을 마친 후 월출산 온천(http://www.wolchulspa.co.kr)(061-473-6311)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글.사진〓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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