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월가 세계 금융중심은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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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테러로 세계무역센터(WTC)를 잃은 맨해튼의 다운타운은 과연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까. 테러사태 이후 일단 이곳을 떠나는 금융기관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사건으로 월가 등 맨해튼의 다운타운에선 새 사무실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맨해튼 최대의 사무용 건물이었던 WTC가 사라진 데다 상당수 주변 건물들도 붕괴위험과 정전 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중개회사인 DG 하트 어소시에이츠는 이번 사태로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파괴되거나 손상된 사무실 면적은 총 2백25만㎡라고 밝혔다. 이는 이 지역 전체 '특1급' 사무실 면적의 38% 가량이나 된다.

이 때문에 뉴욕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한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임시 방편으로 맨해튼 미드타운(42가에서 92가 사이)이나 허드슨강 건너의 뉴저지주로 옮겨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전에도 월가 금융기관들이 비좁은 사무실과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는 추세였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태로 이같은 경향이 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금융기관들이 굳이 월가에 사무실을 열어야할 필요성이 줄어든 점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예컨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UBS워버그는 수년 전 뉴욕주에 인접한 코네티컷주 스탬퍼드로 본사를 이전했으며, 모건스탠리.CSFB.도이체방크 등도 주요 사무실을 맨해튼 미드타운으로 옮겼다.

하지만 월가의 상징성과 편리한 고객 접촉 등을 감안할 때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복구가 마무리되면 다시 월가로 옮겨올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않다.

문제는 테러사태로 파괴된 맨해튼 다운타운이 언제쯤 옛 모습을 되찾느냐는 것이다. 무너진 건물을 정리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더구나 WTC와 주변 건물을 재건축하기까지는 수년 정도 걸린다는 지적이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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