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미국 테러참사 보복 서둘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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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이 테러 배후 용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3일 안에 인도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경고했다고 한다.

미 국민의 70% 이상이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강력하게 응징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니 엄청난 피의 보복이 조만간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기구의 의결.승인을 얻지 않고 군사행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테러가 빈 라덴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구체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할 경우 자국뿐 아니라 세계의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간 인접국과의 전면전, 나아가서는 세계 제3차 대전으로 확대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 그 후유증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미국의 보복에 반발해 또다시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은 우선 배후세력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포착한 뒤 응징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황인훈.서울 북부경찰서 수유3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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