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대기업 불법 하도급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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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기계.화학 업종의 12개 대기업에 대한 불법 하도급 조사에 착수했다.

대기업이 하도급 기업에 대한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낮춤으로써 경기 침체와 원자재.기름값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16일 "경기 침체를 이유로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낮추는 기업이 많다"며 "이달 말까지 2주가량 현장 조사를 실시해 혐의가 확인된 기업을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은 기계 업종에선 두산중공업.삼성 광주전자.대우종합기계.센추리 등 6개사이고 화학 업종에선 한화.삼성석유화학.LG화학.한국 화이자 등 6개사다.

업계는 조사 강도가 예년보다 세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 "하도급 거래와 관련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불법 하도급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조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202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57.5%가 가장 대표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도급업체의 일방적인 납품 단가 인하를 꼽았다. 대금을 제때 주지 않거나(13.9%), 어음 할인료를 주지 않는(11.5%) 전통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보다 납품 단가 인하가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한 조사대상 업체의 관계자는 "외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며 "자체적으로 원가 절감 노력을 하고 있으며 하도급 업체와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납품 가격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값싼 중국산을 쓰는 것보다 단가를 낮춰서라도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을 쓰는 게 전체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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