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어수선한 주말, 무조건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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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테러사건으로 한쪽 날개를 잃은 서울 증시가 14일 악성 루머에 또 한쪽의 날개마저 꺾여 곤두박질했다.

이날 증시는 흉흉했다. 미국이 주말께 보복 공격을 할 것이란 소문에다 코스닥 간판기업의 자금 악화설, G&G사건 조사에 착수한 검찰이 작전주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설 것이란 루머도 겹쳤다. 관련 기업들이 신속히 '사실 무근' 공시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음주 미국 증시가 폭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일단 팔고 나서 주말을 넘기자' 며 앞다퉈 매물을 내놓았다.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 펀드를 환매할 경우 지수가 추가로 폭락할지 모른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일부 증권사가 선물.옵션에서 대규모 손실을 냈고, 이날도 주문 실수로 거액을 날렸다는 루머로 어수선했다.

이에 따라 전날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던 종합지수는 하루만에 연중 최저치 부근까지 밀려났고,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작 미국 테러에 가장 민감해야할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거래소.코스닥에서 5백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지수선물도 5천2백53계약이나 순매수했다.

또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일 정부의 종합경제대책 발표 예고로 4.11% 급등해 1만엔선을 회복했고, 홍콩.중국 증시도 보합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도 개인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오전 11시쯤 악성 루머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개인들의 투자비중이 95%인 코스닥시장은 오후 한때 힘없이 지수 50선이 무너졌다.

하이닉스는 이날 6억3천만주가 거래돼 하루만에 최대거래량 기록을 경신하면서 하한가로 떨어졌다. 전체 거래량은 10억2천1백만주로 사상 두번째로 많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1천1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으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순매수로 맞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할 때까지는 일단 관망세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삼성증권 손범규 수석연구원은 "미 증시가 오르면 국내 증시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빠진 만큼 급반등의 모멘텀을 맞이할 수 있을 것" 이라며 "특히 코스닥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만큼 반등의 기미가 보이면 적극 매수할 만하다" 고 말했다.

이희성.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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