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엔 노장 선수의 경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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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가 귀국했다.

▶ 16일 오전 귀국한 홍명보가 호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연합]

25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10일 미국프로축구(MLS) LA 갤럭시에서 은퇴식을 한 홍명보는 16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2월 26일에도 소아암 어린이 및 소년소녀가장 돕기 자선축구대회를 여는 홍명보는 "내년부터 이 대회를 아시아 각국 스타들이 출전해 아시아 지역 어린이들을 돕는 대회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17일 몰디브전을 앞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라며 손사래를 친 뒤 "지금 선수들의 실력과 경험이 더 낫다. 팬 여러분이 대표팀을 밀어주는 게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소감은.

"오랜만에 왔는데 새벽공기가 참 맑고 좋다. 지난달 미국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지만 고국에서 은퇴에 대해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곧장 회견장으로 달려왔다. 또 지난해 소아암 어린이돕기 자선경기에 이어 올해는 폭을 넓혀 소년소녀가장 돕기로 행사를 열게 됐다. 귀국한 목적은 이 두 가지다."

-자선경기 내용과 일정은.

"지난해에는 첫 대회라 내 이름을 걸었지만 올해부터는 내 이름을 빼고 '2004 푸마 자선축구경기'로 했다. K-리그 선수들은 구단별로 추천을 받을 예정이다. 해외파도 오면 좋겠지만 각자 일정이 있고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 1월 미국으로 돌아가 현지의 어린이 축구교실을 2~3곳으로 확대해 운영할 생각이다. 그리고 2~3년 정도 공부할 계획이다. 우선 영어 실력을 기른 뒤 스포츠 마케팅.행정.비즈니스 등 세 분야를 공부할 생각이다. 물론 지도자 자격증도 딸 것이다. 앞으로 한국 축구에서 내 역할을 명성이 아니라 실력을 통해 찾고 싶다. 운동할 때보다 몇 배 더 힘들겠지만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다."

-대표팀 수비진의 노쇠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현 대표 선수들이 독일 월드컵까지 뛴다면 나이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수비수는 나이가 많은 게 강점일 수도 있다. 경험 많은 노장 선수들은 조금 더 힘을 비축해야 하고, 이들을 받쳐줄 수 있는 후배를 발굴해야 한다. 내가 2000년에 50게임을 뛰는 바람에 2002 월드컵에 못 나갈 뻔했다. 최진철이나 유상철도 너무 혹사하지 말고 중요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필요하다."

-직접 경험한 미국 축구는.

"지금은 농구.야구 등 메이저 종목에 밀리고 있지만 10년 뒤에는 유럽을 능가하는 리그가 될 것이다.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종목이 축구고, 유소년 육성 조직과 인프라도 매우 잘 돼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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