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유명인사들 생사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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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1일 세계를 경악케 한 미국 테러 사태의 사상자는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 돌진한 항공기의 탑승객 명단을 통해 사망자가 일부 확인됐다.

특히 세계무역센터를 첫번째로 들이받은 아메리칸 항공(AA) 11편 탑승객 가운데는 유명인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의 인기 시트콤 '프레이저' 의 작가 겸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에인절이 부인과 함께 변을 당했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별장에서 지내다 주말에 있을 친지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던 중 비행기가 납치된 것이다. 그는 서른일곱 차례에 걸쳐 에미상 후보에 올라 스물네번 수상한 방송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었다.

영화 '사이코' 의 주연으로 유명한 배우 고(故) 앤서니 퍼킨스의 부인 베릭 베린슨(53)도 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배우 마리사 베린슨과 자매지간인 그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배우로도 활동했다.

이번 테러는 첨단 산업계 총아의 목숨도 앗아갔다.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사의 공동 창설자이며 최고 기술관리자 대니얼 르윈(31)이 이번에 참사를 당했다. 그는 '정보기술(IT)산업 분야 1백인' 중 10위 안에 들 정도로 촉망 받았다.

반면 호주의 '국민 영웅' 인 수영선수 이언 서프(18)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의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홍보 행사를 위해 뉴욕에 온 서프는 사건 당시 세계무역센터 꼭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역센터로 향하던 중 숙소에 카메라를 놓고 온 게 생각났다. 그가 호텔로 되돌아가 TV를 켠 순간 무역센터 테러 뉴스가 나왔다. 간발의 차이로 화를 면한 것이다. 서프는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헌혈할 예정이라고 매니저를 통해 밝혔다.

구희령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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