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검찰 간부 연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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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검 중앙수사부가 지난 3일 ㈜G&G 회장 이용호(李容湖.43)씨를 소환조사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구속수사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시 검찰은 "李씨를 구속수사하는 것은 기업구조조정 자금 횡령 사건의 수사기법을 연구하기 위한 샘플링 수사" 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검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그후 李씨가 지난해 5월 서울지검에서 이번에 구속된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검의 전격수사 배경에 관한 몇 가지 단서가 나타나고 있다.

대검이 李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1999년 4백50억원대의 기업구조조정자금을 횡령하고 지난해 10월께부터 1백50억원대의 주가를 조작했다' 는 것으로 서울지검이 지난해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현재 검찰 주변에서는 李씨가 검찰 고위층, 정치권 실력자들과의 친분관계를 자랑하고 다닌 게 자신의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李씨는 지난해 5월 서울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주위 사람들에게 몇몇 검찰 고위 간부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마치 자신을 도와준 것처럼 자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李씨가 검찰 고위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자랑하고 다닌다는 소문은 증권가 정보지 등에서도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8월 말 李씨가 "검찰 수뇌부의 가족과 잘 알고 지낸다" 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이 검찰 첩보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李씨의 발언내용과 행적은 즉시 검찰 수뇌부에 보고됐으며 수뇌부는 즉각 수사 착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 관계자들은 李씨가 검찰 수뇌부와는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李씨가 몇몇 검찰 고위 간부들과 알고 지냈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번 사건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李씨를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 모 간부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향인사 모임에서 몇 차례 만난 것으로 기억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 도와준 적도 없다" 고 해명했다.

이 간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서울지검이 지난해 5월 李씨를 긴급체포까지 했다가 뚜렷한 이유없이 하루 만에 풀어준 데 대해 검찰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간부가 지난해 5월 수사팀에 모종의 압력이나 부탁을 했을 가능성이 검찰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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