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보좌관 "흑인 노예 보상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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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정계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중 한명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이 미국의 과거 흑인노예제도에 대해 보상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인종차별철폐회의 보이콧을 결정한 라이스는 9일 NBC방송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 에 출연,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는 '노예제도에 대한 보상' 이라는 과거사에 집착했다" 고 성토했다.

"미국과 전인류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며 살아서는 안된다. 흑인 어린이들, 특히 가난한 어린이들의 교육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이번 회의 의제가 '노예제 사과와 이스라엘 비판' 에 맞춰졌다" 며 "회의 불참은 옳은 결정이었다" 고 말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번 인종차별회의 참석을 희망했으나 라이스는 보이콧을 주장했으며, 이를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의 이같은 발언에 대한 미국내 반응은 분분하다.

미국의 노예제도는 1백38년 전 폐지됐으나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은 노예제도 시절에 저질러진 잘못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제도를 '미국의 태생적 결함' 이라고 규정하는 라이스의 견해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의 언행이 흑인권익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다.

라이스의 이같은 '전향적' 인 의식은 성장과정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리조나의 흑백차별정책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라이스는 어머니와 백화점에서 옷을 사면서 백인전용 탈의실을 이용하려다 점원에게 저지당했지만 이에 당당히 맞섰던 경험을 통해 '권력과 권리' 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라이스는 노예제도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잭슨 목사의 주장에 대해선 "과거를 손가락질하기보다는 흑인과 백인, 이민사회의 지도자들이 힘을 모아 미래를 설계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며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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