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추천서 점수화, 서울대 당락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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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학입시에서 그동안 면접자료로만 활용되던 교사추천서가 점수화돼 당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입 전인(全人)평가 시대가 시작됐다.

오는 12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정시모집 때도 모든 응시자에게 교사추천서 제출을 의무화한 서울대는 추천서 점수가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입시 관계자는 9일 "수시모집 인원의 2배수를 뽑는 1단계 평가에서 추천서.자기소개서.학생부 비교과영역의 성적이 총점의 50%를 차지한다" 며 "특히 추천서 점수가 교과성적 순위의 15% 정도를 역전시킬 수 있도록 배점기준을 세웠다" 고 밝혔다.

이같은 서울대의 추천서 전형은 다른 대학들로 전파될 것으로 보여 교과 위주로 이뤄져온 고교생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추천서 작성과 검증 등이 과제로 남아 있고, 일부에서는 치맛바람.특수과외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 수시모집=서울대의 배점기준에 따르면 수시모집 1단계에서 정원의 2배수인 2백명을 선발하는 인문대의 경우, 추천서.자기소개서.학생부 비교과영역 점수가 교과성적으로 매긴 순위를 최대 30명(2백명의 15%)까지 변경시킬 수 있다.

여기에 각종 경시대회 입상경력 등을 합하면 비교과영역에 의한 총점 순위 변동폭은 더 커진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과영역 평가에선 70점(1백점 만점)의 기본점수가 주어져 실제 서울대를 지원할 상위등 급 학생의 경우 등급간 점수차가 0.25~0.3점 차에 불과하다" 며 "추천서 등의 평가에서 1점 차이만 나도 교과성적의 3~4등급을 역전시킬 수 있는 구조" 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서울대는 추천서.자기소개서에 대해 "대인관계.내적 성숙성.봉사성.논리창의력 등 여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점수화하되 올해는 도입 첫해인 만큼 점수차를 '상징적 수준' 으로 반영하겠다" 고만 밝혔었다.

◇ 정시모집=전체 모집인원의 70%를 뽑는 정시모집에서는 추천서가 두 차례 반영된다. 1단계에서 추천서.자기소개서.학생부 비교과영역 등을 A.B.C 3등급으로 평가해 최하위 등급자는 1단계에서 탈락시키고, 2단계에선 전체 점수의 25%를 수시모집과 같은 방식으로 반영한다.

서울대 입시 관계자는 "추천서 등에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기재했을 경우 수험생의 합격 취소는 물론이고 해당 고교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될 것" 이라며 "추천서의 신뢰성이 개선되고 입학 후 생활과의 상관관계가 검증되면 추천서 비중을 더욱 늘려갈 방침" 이라고 말했다.

◇ 교사추천서=대인관계.봉사성 등 척도 및 서술형으로 이루어진 4개 영역 외에 '지원자의 부족한 점' '지원자 평가에 도움이 될 사항' 등 2개 서술형 평가로 이루어져 있다.

척도평가 영역 중 대인관계는 지도성.협동성.사려성 등으로, 내적 성숙성은 정직성.책임감.성실성 등으로 구성돼 '아주 높음' '높음' '우수' '평균' '평균이하' '평가불가' 등 6개 등급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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