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 애는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배우게 됐는데
자기가 그 작가를 잘 안다고 그랬단다.
- 그래서 뭐라고 그랬지?
하고 물었더니
- 그저 보통 할아버진데 어찌보면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
라고 했단다.
- 구상(1919~ ) '유치찬란'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다. 구상 선생은 나보다 16년 위지만, 나도 어느새 초에 와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유치찬란' 이라는 말이 괜히 잘 돌아가는 심장을 뜨뜻하게 한다.
지금 몸이 아프다는 중광(重光)씨하고 2년 전만 해도 인사동에서 만나 춘천 막국수를 먹을 때 중광씨가 가진 '유치찬란' 이 어쩐지 좋았다.
그가 단숨에 갈기는 매직 펜 닭그림까지. 아이가 본 구상 선생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다니 그이상 더 정직한 찬사가 어디 있겠는가.
'독불장군' 같은 기 세우기 고집하고는 다른 유치찬란한 한 생애를 살아간다는 것은….
김영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