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CF’를 보는 두 회사 CEO의 광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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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좋은 광고란 뭘까. 기발한 광고로 주목받아온 KT와 현대카드,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일 진행한 이석채(오른쪽 사진) KT 회장과 정태영(왼쪽 사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의 대담에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만 뜨고 기업은 안 떠
망가진 광고라 할 수 있죠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옛날(2003년 취임 전)에 현대카드의 가장 망가진 광고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예요.”

정 사장의 말이다. 2002년 배우 정준호·장진영씨가 나왔던 이 광고는 당시 히트작이었다. 그런데 왜 ‘망가졌다’고 할까. “광고만 떴고 기업은 안 떴기 때문”이란다.

정 사장은 같은 맥락에서 “내가 만든 광고 중 실패작은 ‘아버지는 말하셨지~’하는 W카드 광고”라고도 말했다. 2005년 나온 이 광고 역시 “노래는 확 떴지만 상품은 실종됐다”는 설명이다. “좋은 광고는 뜨는 광고가 아니라 의도한 탄착지점에 정확하게 가는 광고입니다.”

정 사장은 1년간 준비해 올해 선보인 ‘make break make’ 광고를 좋은 광고의 사례로 소개했다.

올레, 다 그래를 뒤집어라
실체로 뒷받침했기에
광고가 허상으로 안 끝나

이석채 KT 회장

최근 뜨는 광고 하면 KT도 빼놓을 수 없다.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지난해 ‘올레’ 광고에 이어, 올해는 ‘다 그래를 뒤집어라’는 광고로 재미와 의미를 잡았다. 이 회장은 “(광고를 통해) 한국의 혁신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이미지화하고 싶었고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고령층엔 KT가 익숙한데, 젊은 세대엔 KT 하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젊은 층에 친밀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광고로 익숙하게 만들었죠.”

물론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 광고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이 회장은 “광고를 실체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허상”이라며 “그 이후에 KT가 한 모든 일은 올레 광고를 실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쿡앤쇼’ 등 유무선 통합, ‘쿡TV스카이라이프’ 같은 하이브리드 상품, 아이폰 도입 등이 모두 그 예다.

정 사장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그는 “회사 내부 혁신 없이 광고로 ‘우리가 창조적이다’고 포장해봤자 먹히지 않는다”며 “남들이 볼 때 광고가 아닌 회사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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