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퍼 부은 맑은 물 대책 사실상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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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11년간 15조원을 들여 추진한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 수계(水系) 수질개선 프로젝트가 크게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직후인 1991년 5월 '수역별 환경기준 적용등급 및 달성기간' 이라는 고시를 마련, 전국 주요 하천.호수 수질을 1~11년 내에 개선하는 방안을 시행했으나 기간내 목표 달성률은 14.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환경부가 6일 국회 환경노동위 박인상(朴仁相.민주당)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다.

자료에 따르면 목표연도와 관계없이 지난해 수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전국 2백34개 하천 구간과 호수 가운데 목표수질에 도달한 곳은 23.9%인 56곳에 지나지 않았다.

◇ 실태=환경부는 91년 당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2.1ppm으로 2급수였던 팔당호 수질을 94년까지 1급수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94년에는 COD가 2.3ppm으로 나빠졌고 지난해에는 3급수인 3.2ppm으로 더욱 악화했다.

환경부는 이 기간 중 팔당호 주변지역에 하수처리장 26개를 포함해 44개의 환경시설을 설치하는 등 한강수계에 모두 5조원의 수질개선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수질이 악화한 것은 팔당호 주변의 경우 음식.숙박업소가 90년 2천5백85곳에서 지난해 1만40곳으로 3.9배 늘어나는 등 오염원이 환경시설 용량보다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강수계 전체로 보면 수질개선 구간 61곳 가운데 20곳(32.8%)에서만 목표가 달성됐다. 그나마 이 20곳은 송천.어천.평창강 등 오염원이 별로 없는 최상류 지역이거나 수질개선 목표를 3급수로 낮춰 잡은 하류 구간들 뿐이다.

또 주요 수계별 목표달성률은 낙동강 19.1%, 금강 34.1%, 영산강 5.9%, 섬진강 10.0%로 나타났다.

◇ 원인 및 대책=朴의원은 "오염원에 대한 기초조사나 과학적인 예측작업 없이 목표를 설정했고 환경기초시설의 설치와 관리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1백57개 하수처리장 가운데 70곳에서는 하수관이 부실해 오.폐수 대신 계곡수.하천수 등 맑은 물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에 따라 환경기초시설의 운영관리를 개선하지 않으면 수질대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환경시설만으로는 수질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장.숙박업소.음식점 등 오염시설의 입지를 규제하고 오염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예방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은 일단 나빠진 수질을 개선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라며 "이를 거울 삼아 정확한 오염조사를 실시하고 목표수질을 다시 정해 효율적인 수질대책을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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