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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에 버린 화학무기 골머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옛 일본군이 중국에 버리고 온 화학무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은 화학무기금지조약에 따라 2007년까지 중국에 버린 화학무기를 모두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30억엔의 예산을 배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기술.자금 모두에 어려움이 많아 고심하고 있다.

◇ 실태=일본국책연구회에 따르면 일본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국내외에서 최루.질식.마비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담은 각종 포탄 69만여발(4천8백77t)을 생산해 보유하고 있었다. 패전 후 중국 관동군과 지나(支那)파견군은 무장해제당할 때 화학무기들을 대부분 보관소에 두거나 매장했다. 주된 매장장소는 중국 북동부나 남부 지역이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 포탄이 부식돼 화학물질이 새나오거나, 포탄을 발견한 사람들의 실수로 폭발하는 바람에 인명피해.환경오염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화학병기금지국제조약이 97년 체결되면서 일본은 2007년까지 중국에 버려져 있는 화학병기를 회수해 폐기처분키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중.일 합동조사 결과 중국에는 70만발 가까운 화학무기가 버려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어려움=화학무기 폐기를 위해서는 매장 장소를 확인해 발굴한 뒤 분해.열처리.화학처리.가스제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비도 많이 들어 지난해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발굴된 화학탄 26발을 폐기하는 데만 약 8억엔이 들었다.

돈이 이처럼 많이 들어 일본에서도 바다.땅 속에 버려졌던 화학무기로 인한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실정이다.

군사평론가 구라다 히데요(倉田榮世)는 "중국에 있는 화학무기를 2007년까지 모두 없애려면 하루에 적어도 3백~4백발을 폐기해야 하는데 기간 내에 모두 처리하기 힘들 것 같다" 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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