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가 주당 11만원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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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다음 달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의 공모가가 주당 11만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가가 10만원을 넘기면서 10년여를 끌어온 삼성차 부채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다.

23일 삼성생명 상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이틀간 해외·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을 거쳐 삼성생명의 공모가를 11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 공모금액은 4조8881억원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22조원에 달한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신한지주(22조5482억원), KB금융(21조4425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위에 해당한다.

공모가는 당초 증권업계 예상치였던 10만원대 초반보다 다소 높게 결정됐다. 회사 측의 희망 공모가는 9만~11만5000원이었다. 익명을 원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관들이 예상보다 높은 공모가를 써내 담당 부서에서도 다소 놀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송인찬 연구원은 “은행권이 아닌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최고 대우를 해준 셈”이라며 “삼성생명이 시중 은행과 겨룰 수 있는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요 예측에서는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홍콩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콩 기관 투자가들이 22일까지 배정 물량의 4~6배를 신청했고, 23일엔 최대 15배까지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메릴린치 등 해외 주관사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밝다” 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이번 공모가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보다 두 배 많은 40%의 배정 물량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다음 달 3~4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뒤 12일 상장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가는 삼성차 부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삼성은 공모 과정에 채권단 보유주식 3443만 주를 처분해 3조85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차 부채 원금 2조4500억원을 훨씬 넘는 금액이다.

삼성은 1999년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약 350만 주(액면분할 후 3500만 주)를 채권단에 제공했다. 당시 기준 가격은 70만원(액면 분할 후 7만원)이었다.

남은 문제는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연체 이자의 규모다. 삼성과 채권단은 공모가 끝나면 채권단 지분을 팔아서 확보한 자금으로 일단 원금을 정산하고, 나머지는 소송이 끝나 이자 규모가 결정되기까지 공동관리하기로 한 상태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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