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LA 북핵 발언] 동포간담회 등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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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순방의 중간 기착지로 미 LA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은 13, 14일 동포간담회, 한인 2세 영화.문화계 인사 접견 등 1박2일의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노 대통령은 14일 동포 간담회에서 "지금껏 한국 사회의 제1 무법자는 대통령이 아니었는가. 법을 지키지 않았고, 그 무법자의 수하들로는 몇몇 권력기관이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 "빅4(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가 법 위에 군림하고 부당히 억압하는 문화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뀌지 않으면 2만달러까지는 갈 수 있어도 3만달러까지는 못 간다"며 "나는 대통령과 무법자들(빅4 등)의 힘을 좀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반칙하고 야바위 하는 일은 뿌리뽑을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의 '좌파정책' 논란과 관련, "경제성장의 함정이냐, 분배의 함정이냐를 놓고 다소 혼란이 있지만 좌우파를 구분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은 좌파라고 하지만 3000%나 되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 극단적인 우파정책을 사용했고,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우파였지만 좌파정책을 썼다"고도 했다.

국내 노동운동에 대해선 "민주노총의 경우 고용이 확실하고 소득도 안정돼 있다"며 "그들만의 노동운동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걱정스럽다고 무리하게 주사나 영양제.각성제를 투입하면 반드시 2~3년 안에 부작용이 뒤따른다"며 "한국 경제가 위기라고 말하는 이들은 경제력이 큰 대기업 사람들이며, 지금 한국은 재무구조가 가장 든든하며 계속해 호황을 누리고 있고, 투자 여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기금 풀면 주식값 올라"=연기금 운용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정부가 쓰자는 게 아니고, 우선 주식투자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걸 풀지 않으면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금을 풀면) 주식값이 올라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못 푸는 게 답답함의 하나인데 돌아갈 때(11월 23일)까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외동포의 참정권 문제에 대해선 "우선 해외 지.상사 주재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3일 제임스 한 LA 시장이 주최한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기 좋아했는데 대통령이 된 뒤 그런 기회가 없었다. 오늘 큰 포장마차(만찬장인 케티 하우스 정원에 설치된 대형 천막을 지칭)를 마련해 한잔 할 수 있도록 해줘 감사하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LA=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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