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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55> 컴퓨터그래픽 튀는 영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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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아바타’가 불러온 영상혁명의 여파가 큽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지지부진하던 3D산업을, 영상산업의 새 활로로 기사회생시키며 미래영화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캐머런은 1980년대 ‘어비스’ ‘터미네이터2’를 통해 컴퓨터그래픽(CG)의 가능성을 선보인 선구자이기도 하죠. 그런데 요즘 영화에 빠지지 않는 CG가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고작 30년 내외라는 것이 믿어지시나요. 할리우드 영화사를 바꾼, CG 시각효과가 인상적인 영화 베스트 10을 시대순으로 골라봤습니다.

양성희 기자

여기서 잠깐! CG의 역사는 30년 남짓이지만, 특수효과·시각효과 일반의 역사는 100년 영화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1900년 작 ‘환희의 소묘(The Enchanted Drawing)’에서 이젤에 모자를 그리면 진짜 모자가 튀어나오는 특수효과를 선보였으니까요. 1903년 ‘대열차강도’를 필두로 30년대 ‘킹콩’ ‘오즈의 마법사’ ‘바그다드 도적’도 특수효과의 마법 없이는 불가한 영화들입니다.

77년 ‘스타워즈4-새로운 희망’은 특수효과계 비주얼 혁명의 출발로 꼽힙니다. 물론 아직은 디지털 3D 기술 발전이 여의치 않아 많은 부분을 아날로그에 의존했습니다. 미니어처로 비행기를 제작했고,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이용해 우주선 전투신을 찍었습니다. 효과음을 만드는 데 헤어드라이기를 동원했다고도 하네요. 하지만 조지 루커스는 이 영화를 찍으며 ILM을 만들어 디지털 시각효과 시대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트론 (1982)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 제프 브리지스 출연

영화에 CG가 처음 사용된 작품은 실험영화 작가 존&제임스 위트니 형제의 ‘카탈로그’(1961)입니다. 최초의 CG애니메이션으로도 불립니다. 율 브리너가 로봇으로 나온 73년 ‘이색지대(westworld)’에서도 조악하지만 CG가 사용됐습니다.

CG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는 ‘트론’입니다, 105분 러닝타임 중 15분이 CG였습니다. 비디오 게임 개발자가 게임 안으로 들어가 수퍼 컴퓨터와 대결을 펼치는 내용인데요, 아쉽게도 흥행에 참패해 CG가 상업성이 없다는 인식을 제작자들 사이에 심어주게 됩니다. 그런 CG가 부흥기를 맞은 것은 10여 년 뒤 조지 루커스·제임스 캐머런·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혁신자들에 의해서입니다. 참, ‘트론’은 현재 ‘트론-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중입니다.

터미네이터2 (1991)

제임스 캐머런 감독, 아널드 슈워제너거 출연

드디어 캐머론의 등장입니다. 이미지 변형을 뜻하는 ‘모핑(morphing)’ 기법을 효과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우선 ‘어비스’(1989)에서 모핑 기법으로 만든 유동형의 수중 에일리언을 선보였습니다. CG로 만든 최초의 캐릭터지요. 75초 러닝타임, 20개 쇼트를 위해 8개월을 들였다니, 참으로 그다운 집념입니다.

대박은 ‘터미네이터2’가 쳤습니다. 철창을 뚫고 들어오거나, 총알에 온 몸이 뻥 뚫려도 금방 복구되는 액체 금속 사이보그 T-1000이 출현했습니다. CG 캐릭터를 실제 배우와 동일 공간에 처음 등장시킨 영화기도 합니다. 캐머런은 이때, 미국 특수분장·특수효과의 대부 스탠 윈스턴과 함께 루커스의 ILM에 맞서 디지털 도메인이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쥐라기 공원 (1993)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샘 닐 출연

다음 타자는 스필버그입니다. 집채만 한 덩치의 공룡들이 뛰어다니는 ‘쥐라기 공원’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던 괴수영화를 디지털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사실 디지털 공룡이 나온 시간은 5분에 불과했지만 그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나머지는 애니매트로닉스(원격조정 모형)이었죠. 바로 위에서 나왔던 스탠 윈스턴의 작품입니다. 2008년 타계한 윈스턴은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쥐라기 공원’ 등에 이름을 올리며 세 차례나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거장입니다.

포레스트 검프 (1994)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 출연

다른 영화들이 CG를 통한 시각적 판타지에 치중할 때, 저메키스 감독은 역사에 관심을 돌렸습니다. 오래된 기록 필름을 디지털화한 뒤, 극중 톰 행크스를 역사 속으로 집어넣은 것이죠. 검프가 마오쩌둥·닉슨·케네디와 만나는 장면 생각나시죠. ‘포레스트 검프’는 ‘쥐라기 공원’과 함께 할리우드에 CG의 가치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저메키스 감독은 1988년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서도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 바 있네요.

토이 스토리 (1995)

존 라세터 감독, 톰 행크스 출연(목소리)

최초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가 제작한, 100% 디지털로 만들어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기존 스톱 애니메이션의 부자연스러움과 셀 애니메이션의 평면성을 극복한 입체적인 영상을 선보여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실사영화에서 100% 디지털영화의 탄생은 7년 뒤, 2002년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에 와서입니다. 루커스는 여기서 100% 디지털 캐릭터 자자 뱅크스를 비롯해 수많은 디지털 캐릭터와 몹(mobㆍ군중)신을 선보였습니다.

매트릭스 (1999)

워쇼스키 형제 감독, 키아누 리브스 출연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총알, 그 총알을 피하는 네오, 트리니티의 360도 점프킥. 훗날 이를 따라 한 ‘매트릭스 촬영기법’이 유행하기도 했죠.

‘매트릭스’는 특수효과에 ‘불렛 타임(bullet time)’이라는 신조어를 낳았습니다. 불렛 타임이란 총알이 날아가는 시간, 즉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뜻입니다. 100만분의 1초까지 잡아내는 초고속 촬영으로 매우 빠른 움직임이나 순간을, 영화 흐름보다 느리게 만들어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입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360도 설치해 한 프레임 안에서 사각지대가 없는 화면 구성도 선보였습니다.

‘매트릭스’의 CG는 거대 자본보다 아이디어가 빛났으며, 놀라운 촬영감각으로 특수효과를 새로운 스타일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서구 입장에서는 홍콩 무술배우나 중국의 와이어 액션에 버금가는 리드미컬한 액션 영상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도 있네요.

반지의 제왕 (2001)

피터 잭슨 감독, 올랜도 볼룸 출연

드디어 나왔습니다. 아무도 영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톨킨의 판타지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캐머런은 이 영화를 보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아바타’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확신했습니다. 바로 ‘반지의 제왕’입니다. 뉴질랜드를 영상 강국으로 만들었고, 웨타 스튜디오를 ILM·디지털 도메인에 버금가는 세계 3대 회사로 끌어올렸습니다.

3부작에 이르는 ‘반지의 제왕’ 거대 전투신에 사용된 매시브 기술은, 군중 속 각 캐릭터에 일종의 인공지능을 부여해 각각 다른 모션을 취하게 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전투신이 가능했습니다. 2편의 헬름 협곡 전투신의 디지털 캐릭터가 1만 명인데, 3편의 펠렌노트 전투신에는 무려 20만 명이 등장했습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규모죠. 그 유명한 골룸은 디지털 액터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웅변했습니다. 이어 ‘해리 포터’ ‘황금나침반’ 등 각종 판타지 영화들의 전성시대가 시작됐습니다.

투모로우 (2004)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데니스 퀘이드 출연

재난영화들도 CG기술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장르입니다. 혜성충돌·화산폭발·해일·폭풍·대형화재·건물붕괴·선박침몰 등 다양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을 다룬 ‘투모로우’에는 홍수·토네이도·폭설·해일 등 각종 재난들이 나왔습니다. 뉴욕시에 해일이 몰아닥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죠. 재난CG 중 가장 고난도가 ‘물CG’라고 하네요. 5만 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 스캔한 뒤 이를 극사실적인 3D로 창조한, 영화 속 뉴욕의 모습도 실감났습니다.

트랜스포머 (2007)

마이클 베이 감독, 샤이아 라보프 출연

‘아바타’ 직전까지는 최고의 CG영화로 꼽혔던 영화죠. 어릴 적 남자들의 로망 변신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진짜 살아있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했던 로봇의 변신이 실사영화에서 가능해지면서 도대체 특수효과의 끝은 무엇인지, 실사영화의 한계는 무엇인지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마이클 베이와 스티븐 스필버그, ILM과 디지털 도메인이 손잡아 할리우드 최고의 CG드림팀이 선보인 작품으로도 유명하네요.

아바타 (2010)

제임스 캐머런 감독, 샘 워싱턴 출연

영화 ‘아바타’의 ‘이모션 캡처’ 기법은 머리에 초소형 카메라를 달아 배우의 얼굴 근육과 눈꺼풀, 눈동자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컴퓨터로 옮긴다. [20세기 폭스 제공]

3D 입체혁명. 디지털 배우의 완벽한 구현. 현존하는 영화기술의 최상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더 이상 보는 영화가 아니라 경험하는 영화라는, 영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영화와 방송을 불문하고 3D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무성에서 유성,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했던 것 못지 않게, 영화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대 변혁이죠. 디지털 액터의 섬세한 감정표현까지 가능하게 한 ‘이모션 캡처’,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도 모니터엔 CG가 입혀진 화면이 나와 감독의 연출을 돕는 ‘가상 카메라(시뮬 캠)’ 등이 CG와 실사의 경계를 완벽하게 허물었습니다. 과연 영화기술의 혁명 ‘아바타’를 뛰어넘는, 또 다른 진화는 언제, 어떻게 가능할지도 궁금합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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