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 기자
여기서 잠깐! CG의 역사는 30년 남짓이지만, 특수효과·시각효과 일반의 역사는 100년 영화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1900년 작 ‘환희의 소묘(The Enchanted Drawing)’에서 이젤에 모자를 그리면 진짜 모자가 튀어나오는 특수효과를 선보였으니까요. 1903년 ‘대열차강도’를 필두로 30년대 ‘킹콩’ ‘오즈의 마법사’ ‘바그다드 도적’도 특수효과의 마법 없이는 불가한 영화들입니다.
77년 ‘스타워즈4-새로운 희망’은 특수효과계 비주얼 혁명의 출발로 꼽힙니다. 물론 아직은 디지털 3D 기술 발전이 여의치 않아 많은 부분을 아날로그에 의존했습니다. 미니어처로 비행기를 제작했고,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이용해 우주선 전투신을 찍었습니다. 효과음을 만드는 데 헤어드라이기를 동원했다고도 하네요. 하지만 조지 루커스는 이 영화를 찍으며 ILM을 만들어 디지털 시각효과 시대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트론 (1982)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 제프 브리지스 출연
영화에 CG가 처음 사용된 작품은 실험영화 작가 존&제임스 위트니 형제의 ‘카탈로그’(1961)입니다. 최초의 CG애니메이션으로도 불립니다. 율 브리너가 로봇으로 나온 73년 ‘이색지대(westworld)’에서도 조악하지만 CG가 사용됐습니다.
CG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는 ‘트론’입니다, 105분 러닝타임 중 15분이 CG였습니다. 비디오 게임 개발자가 게임 안으로 들어가 수퍼 컴퓨터와 대결을 펼치는 내용인데요, 아쉽게도 흥행에 참패해 CG가 상업성이 없다는 인식을 제작자들 사이에 심어주게 됩니다. 그런 CG가 부흥기를 맞은 것은 10여 년 뒤 조지 루커스·제임스 캐머런·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혁신자들에 의해서입니다. 참, ‘트론’은 현재 ‘트론-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중입니다.
터미네이터2 (1991)
제임스 캐머런 감독, 아널드 슈워제너거 출연
드디어 캐머론의 등장입니다. 이미지 변형을 뜻하는 ‘모핑(morphing)’ 기법을 효과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우선 ‘어비스’(1989)에서 모핑 기법으로 만든 유동형의 수중 에일리언을 선보였습니다. CG로 만든 최초의 캐릭터지요. 75초 러닝타임, 20개 쇼트를 위해 8개월을 들였다니, 참으로 그다운 집념입니다.
대박은 ‘터미네이터2’가 쳤습니다. 철창을 뚫고 들어오거나, 총알에 온 몸이 뻥 뚫려도 금방 복구되는 액체 금속 사이보그 T-1000이 출현했습니다. CG 캐릭터를 실제 배우와 동일 공간에 처음 등장시킨 영화기도 합니다. 캐머런은 이때, 미국 특수분장·특수효과의 대부 스탠 윈스턴과 함께 루커스의 ILM에 맞서 디지털 도메인이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쥐라기 공원 (1993)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샘 닐 출연
포레스트 검프 (1994)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 출연
저메키스 감독은 1988년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서도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 바 있네요.
토이 스토리 (1995)
존 라세터 감독, 톰 행크스 출연(목소리)
매트릭스 (1999)
워쇼스키 형제 감독, 키아누 리브스 출연
‘매트릭스’는 특수효과에 ‘불렛 타임(bullet time)’이라는 신조어를 낳았습니다. 불렛 타임이란 총알이 날아가는 시간, 즉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뜻입니다. 100만분의 1초까지 잡아내는 초고속 촬영으로 매우 빠른 움직임이나 순간을, 영화 흐름보다 느리게 만들어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하는 기법입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360도 설치해 한 프레임 안에서 사각지대가 없는 화면 구성도 선보였습니다.
‘매트릭스’의 CG는 거대 자본보다 아이디어가 빛났으며, 놀라운 촬영감각으로 특수효과를 새로운 스타일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서구 입장에서는 홍콩 무술배우나 중국의 와이어 액션에 버금가는 리드미컬한 액션 영상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도 있네요.
반지의 제왕 (2001)
피터 잭슨 감독, 올랜도 볼룸 출연
3부작에 이르는 ‘반지의 제왕’ 거대 전투신에 사용된 매시브 기술은, 군중 속 각 캐릭터에 일종의 인공지능을 부여해 각각 다른 모션을 취하게 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전투신이 가능했습니다. 2편의 헬름 협곡 전투신의 디지털 캐릭터가 1만 명인데, 3편의 펠렌노트 전투신에는 무려 20만 명이 등장했습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규모죠. 그 유명한 골룸은 디지털 액터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웅변했습니다. 이어 ‘해리 포터’ ‘황금나침반’ 등 각종 판타지 영화들의 전성시대가 시작됐습니다.
투모로우 (2004)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데니스 퀘이드 출연
트랜스포머 (2007)
마이클 베이 감독, 샤이아 라보프 출연
아바타 (2010)
제임스 캐머런 감독, 샘 워싱턴 출연
영화 ‘아바타’의 ‘이모션 캡처’ 기법은 머리에 초소형 카메라를 달아 배우의 얼굴 근육과 눈꺼풀, 눈동자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컴퓨터로 옮긴다. [20세기 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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