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in art] "처음 본 발레 … 꿈 속 같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 어린이들이 팬터마임 발레를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위). 아래는 어린이들을 격려하는 박찬호 선수. 최승식 기자

"처음 본 발레가 꿈꾸는 듯 환상적이었어요. 예쁜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난생 처음 팬터마임 발레공연을 구경한 슬기(13.여.가명)는 신이 났다.

"꿈 속에서 여자친구를 만나는 부분이 너무 좋았고요. 공연 중간에 본 마술쇼는 너무 신기해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부모의 이혼으로 세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살고 있지만 슬기는 이날만큼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가족과 외출해본 기억이 없어 평소 엄마.아빠와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기가 죽었지만 친구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날 행사는 세계적인 동(銅)제품 전문기업인 ㈜풍산이 서울.경기.인천의 40여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850여명의 어린이를 위해 마련했다. 풍산은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 위해 주한 덴마크대사관을 통해 '덴마크 티볼리 팬터마임 발레단'을 초청했다. 발레단은 이날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작품들을 각색한 '쓰레기통 속의 사랑' 등 두 편의 팬터마임 발레 공연을 선사했다.

팬터마임 발레는 대사없이 몸짓과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팬터마임과 발레를 혼합한 것으로 팬터마임의 유머와 발레의 고고함을 합쳐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장르다.

한 편의 공연이 끝난 뒤 펼쳐진 마술쇼는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탁자 위에 있던 토끼가 깜쪽같이 사라진 뒤 마술사가 부르는 소리에 다시 나타나자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어린이들은 특히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깜짝 선물을 받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동 중인 박찬호 선수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한 것. 박 선수는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래의 꿈을 설계하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한편 이날 자선공연을 마련한 ㈜풍산 류진(46)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적은 것이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