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댓글' 방송 콘텐트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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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 댓글을 소개하는 오락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의 한 장면.

인터넷 댓글(리플)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TV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참여가 콘텐트 제공 단계로 한발 더 나아갔다. 모니터 위주이던 참여 수준이 한층 진화한 셈이다. 시청자들이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 단 댓글을 토대로 콩트가 만들어지고, 설문조사 결과로 오락 프로그램을 꾸민다. 제작진은 틀만 만들어 놓고 그 속은 시청자가 채우는 것이다.

◆ PD는 '틀'만 만든다=지난 2일 첫 방송을 한 '상상플러스'(KBS2)는 인터넷 댓글 열풍을 TV로 끌어온 오락 프로그램이다.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권하는 술을 버리다가 딱 걸렸다면? ''남자친구와 키스하다 아버지를 만났을 땐? ' 등 제작진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놓은 질문에 시청자 댓글이 달리면, 방송 진행자.게스트가 이 중 재치있는 답을 찾아 소개하는 형식이다. '발가락에 끼워서 마셔 보려고요''아빠, 얘 연봉 10억이래' 등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시청자의 댓글을 릴레이식으로 엮어 콩트로 재연하는 '상상극장'도 한 코너로 마련됐다. 채택된 '재료'에 대해서는 최고 1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방송 횟수가 아직 2회에 불과한데도 한 주 평균 댓글이 1만여건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세희 PD는 "프로들도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시청률도 9% 수준. 첫 방송 이전 같은 시간대 시청률(6%선)에 비해 50% 이상 높아졌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의 '리플 달아주세요'코너도 시청자의 댓글로 진행된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는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로 프로그램을 끌어가고,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KMTV의 '블로그투데이'는 시청자가 블로그에 띄워놓은 사연.사진을 컴퓨터 화면 그대로 보여준다. 모두 일반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방송 콘텐트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 인터넷 '익명성'이 큰몫=이들 프로그램은 네이트닷컴('상상플러스').MSN('여유만만 …').네이버('블로그투데이')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연계해 아이디어를 끌어오고 있다.

이화여대 주철환(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삶을 즐기는 시청자가 마음껏 뛰어놀 장(場)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평했다. 기존 노래자랑이나 고발성 프로그램도 시청자가 알맹이를 채우는 형식이지만 '용기없는' 대다수 시청자에게 사실상 닫혀 있는 공간이었다는 것. 주 교수는 "인터넷에 빼앗긴 신세대 시청자를 브라운관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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