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금리인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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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콜금리 인하로 채권금리가 다시 뚝 떨어지면서 ELS(주가연계증권)와 ELS펀드들이 수익 내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ELS는 대개 채권에 투자해 얻는 이자를 기초재원으로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겨냥하지만, 채권금리 하락으로 기초재원 자체가 계속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이전에 판매했던 상품과 똑같은 구조임에도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을 낮추고 있으며, 수익률이 비슷할 경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에 따라 ELS 상품들의 인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주 CJ증권이 판매한 'CJ투스타Ⅱ 파생상품투자신탁'은 조기상환 조건(6개월마다 삼성전자.LG화학의 주가가 모두 20%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경우)을 충족시키면 연 8.1%의 수익을 준다. 하지만 석달 전 한투증권이 판매한 '부자아빠 듀엣파생상품투자신탁'은 똑같은 조건에 연 11.5%를 주게 돼 있었다.

CJ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최근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삼성전자.LG화학 등 ELS 펀드에 자주 편입되는 종목의 옵션가격은 비싸져 수익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지난 몇달간 큰 인기를 끌어온 삼성전자.LG화학 주가 연계 펀드 같은 상품을 점점 만들기 어려워진다"며 "운용사들마다 옵션가격 부담이 적은 종목의 주가에 연동된 새 상품을 개발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이 지난주까지 판매한 '3스타6찬스80형 ELS'는 조기상환.만기 때에 삼성전자.하나은행.SK의 주가가 모두 최초가보다 2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0%대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두 달 전에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와 SK 두 종목의 주가가 최초가보다 모두 2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9.5%의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을 내놨었다. 연 0.5%의 수익을 더 내기 위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종목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삼성증권이 17일까지 파는 '삼성 5스타 스팟 ELS'는 삼성전자.SK텔레콤.포스코.한국전력.현대차 등 5개 종목의 주가와 연동되는 복잡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이처럼 ELS나 ELS펀드들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면서, 원금보장.원금보존 추구형 상품도 크게 줄었다.

LG투자증권의 황재훈 애널리스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ELS의 80% 이상이 원금보장형이었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엔 30~40%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ELS가 저위험에서 점차 고위험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상품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투자 상품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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