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법원 결정 어긴 건 유감이나 전교조 명단은 공개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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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떤 교사인지 알고 싶은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교사가 학생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8년 학교정보공시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교사 관련 정보만큼은 학부모에게 닫혀 있는 영역이다. 이런 점에서 교원노조와 교원단체에 가입한 교사들의 실명(實名)과 소속 단체 전격 공개는 잘한 일이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그제 홈페이지에 공개한 걸 보면 전교조 교사 6만여 명을 포함한 교사 22만여 명의 이름과 학교명, 담당교과, 소속단체 등이 표시돼 있다.

교사의 노조·교원단체 활동은 개인 취향에 따른 취미 활동이 아니다. 학생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활동의 연장이라고 봐야 한다. 소속 단체에 따라 교사의 성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교사가 어떤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 아는 것은 학부모의 당연한 권리에 속한다. 무엇보다 전교조 교사의 경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해온 전력(前歷)으로 인해 학부모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전교조 교사가 어느 학교에 몇 명이나 있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교조 등이 “교사의 단체 활동은 개인 정보로 공개 대상이 아니며, 교사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교사는 학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적인 지위에 있는 신분이란 점을 망각한 처사다. 법제처도 지난달 “교사들의 교원단체·노조 가입 실명 자료는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조 의원이 법원의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명단을 공개한 것은 문제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5일 전교조가 낸 가처분 신청에서 “명단 전부를 공개한다면 교사 및 노조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항고를 한 상태인 만큼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렸다가 명단을 공개했어야 옳다. 법원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법원의 결정을 거스른 건 온당치 못한 일이다. 전교조로부터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법을 어겼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렇다고 전교조가 절차적 하자를 물고 늘어져 명단 공개를 원점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도 가당찮은 일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알고 싶어한다면 전교조 스스로 명단을 공개하는 게 맞다. 불법 지하단체도, 비밀결사도 아닌데 굳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교육 이념과 활동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전교조는 이번 명단 공개를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사의 본분에 충실하려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학부모들로부터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야겠다’는 말이 나오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교조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