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플루토늄 0.7g 추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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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과거 비밀 핵물질 실험을 통해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 0.7g을 추출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일 밝혔다. 이날 로이터.dpa 등 주요 통신은 IAEA가 이사회 회원국에 보낸 사찰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급(weapons-grade) 핵물질을 추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982년 추출한 0.7g의 플루토늄(PU-239) 농도는 98%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0년 레이저 동위원소 분리실험을 통해 생산한 우라늄(U-235) 0.2g의 농도는 부분적으로 77%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군축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플루토늄은 93% 이상, 우라늄은 90% 이상 순도를 갖고 있으면 무기급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의 핵물질 실험이 실험실 규모 수준이며, 추출된 핵물질이 소량이고, 문제가 된 실험들 이후에 추가 실험이 계속됐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IAEA는 "우라늄을 농축하고 플루토늄을 분리했던 활동을 한국 정부가 시의적절(timely)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우려사항(serious concern)"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IAEA 보고서에 '무기급'이란 표현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며 "무기급이란 표현은 대단히 높은 순도의 핵물질이 상당량 추출됐을 때 가능한데, 한국 핵물질 실험의 경우 지극히 미량일 뿐 아니라 순도도 낮다"고 해명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서울=박신홍 기자

[뉴스분석] 정부 "안보리 회부 가능성 50%"…25일 IAEA에서 종결 위해 노력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5일 빈에서 4분기 이사회를 열어 한국.이란의 핵 관련 문제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 처리 방식은 세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이사회 결의안의 형식으로 ▶가벼운 경고▶심각한 우려와 경고▶유엔 안보리 회부를 채택하는 것이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유엔 안보리 회부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이 핵물질 실험을 감춘 것은 핵안전조치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IAEA 사찰단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일부 국가가 이란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경우 안보리 동반 회부 가능성은 더 커진다.

특히 IAEA는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시의적절(timely)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우려사항(serious concern)"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측 해명을 계속해서 검증(verifying)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사히 신문은 자체 입수한 IAEA보고서에 근거해 ▶한국 정부가 정말 우라늄 농축 사실을 몰랐나▶농축된 우라늄이 열화우라늄일 가능성▶플루토늄 추출 실험 과정과 사용처에 관한 자료 미비▶10월 21일이 돼서야 한국이 인정한 이온교환법에 따른 농축실험에 대한 검증작업 등을 추가 해명이 필요한 대목으로 지적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12일 "1993~2000년 우라늄 기화실험 등 관련 실험이 10회 이상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IAEA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이 적지 않다고 본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은 50%가량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오는 25일 IAEA 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완전히 종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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