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목희 의원, 위헌 결정 재판관 퇴진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 이목희 의원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12일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헌재 재판관들의 퇴진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10월 21일(헌재 결정이 나온 날)은 '사법상국(司法傷國)'의 날이었다"며 "(헌재가) 국민과 국가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을 "총.칼만 들지 않았지 박정희의 5.16 쿠데타, 3선 개헌, 10월 유신, 긴급조치 선포, 전두환.노태우의 12.12 군사반란, 5.17 쿠데타에 버금가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국민과 국회의 자유와 권리를 유린한 사법 쿠데타였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헌정 질서를 유린한 일곱 분의 헌법재판관은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확신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언론에 배포한 대정부질문 원고에선 '관습헌법'논리를 주장한 헌재 재판관 7명의 이름을 열거하며 "역사의 탄핵을 받기 전에 스스로 내려오라"고 했지만 당 지도부로부터 "너무 심하다"는 지적을 받자 '국민의 심판을 기대한다'는 등의 표현으로 바꿨다.

그는 "헌재 결정 이후 냉전 수구 기득권 세력의 총공세가 가열되고 있다"며 "그들의 목표는 개혁을 무산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남북 화해 협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노력은 수구 기득권 세력의 정점에 있는'정치 헌재''수구 헌재'에 의해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한나라당 의석에선 "사법부 모독이다""국기를 흔들지 말라"는 등의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병석 의원은 의사진행발언권을 얻어 "이목희 의원은 국회를 떠나라"고 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세상이 망가지려면 말이 먼저 망가진다"며 "이 의원 주장이야말로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임 대변인은 "명백한 헌재 결정 불복이자 헌법재판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헌법을 부정하는 파렴치하고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도 사석에서 "이 의원이 지나쳤다"고 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헌재 결정으로 헌정 질서가 문란해졌다는 말이 적절한가'라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물음에 "헌재는 헌법 해석과 헌법 분쟁 해결에 최종 권한을 가지므로 헌재 결정은 따르는 게 옳다"고 밝혔다.

◆ 이목희 의원 누구인가=서울 금천구 출신 초선 의원(51세)으로 1970~80년대에 노동운동을 했다. 한국노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경북 김천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온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 노사정위원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일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특보로 활동했다. 당에선 보건복지.환경노동 분야를 총괄하는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취중에 출입기자들에게 "SBS를 탄압해야 한다"는 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