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북로(天山北路), 아직 가지 않아서 눈이 부시도록 밝은 달이
떠 있을 그곳
해오라기의 언 주둥이에 가장 둥글고 붉은 해가
찍혀 있을 그곳
-노향림(1942~ ) '호랑나비를 보다'
장엄한 풍경이다. 흰 빛의 해오라기가 언 주둥이로 붉은 해를 물고 있는 곳. 그러나 시인은 아직 그곳에 간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시가 더욱 아름다운지도. '호랑나비를 보다' 란 제목도 신선하다. 아니 우연한 날의 호랑나비의 팔락거림에서 천산북로의 시원(始原)을 떠올렸을 시인의 상상력이 더 놀랍다.
좋은 시란 아마도 이렇게 불현듯,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군더더기 한점 없는 것이 단숨에 토해냈을 듯싶다.
광대무변한 사막으로 이어지는 천산북로, 오늘밤에도 그곳엔 밝은 달이 비칠 것이다. 이 낡은 회색의 자본주의 문명과는 상관없이….
이시영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