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조원 수수료 때문에…’ 저축성 보험 카드결제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연간 최대 1조원어치의 수수료를 둘러싼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싸움이 한창이다. 저축성 보험료를 카드결제 대상에서 빼려는 보험사와 이를 막으려는 카드사 간의 대결이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은 카드결제 제외대상으로 ‘예·적금 및 이에 준하는 금융상품’을 규정해놨다. 바로 이 ‘예·적금에 준하는 금융상품’을 정하는 금융위 감독규정에 저축성 보험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양측이 밀고 당기는 중이다.

오랜 논쟁에 다시 불붙인 건 카드업계 쪽이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결제방식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신용카드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결제방식을 제한하는 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보·손보협회는 “장기 저축성 보험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되면 막대한 카드수수료 때문에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험료를 카드로 내게 하는 것이 길게 보면 전체 보험소비자에게 오히려 손해라는 논리다.

양측 모두 소비자의 이익을 내세우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생보·손보협회에 따르면 보험사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약 3%, 연간 지급 수수료는 2710억원(2008회계연도 기준)에 달한다.

현재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같은 단기상품에만 주로 카드를 받는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엔 가입 첫 달만 카드납부를 허용하고 이후엔 자동이체를 받는 게 대부분이다. 보험업계에선 만약 저축성 보험까지 모두 카드로 낼 수 있게 하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만 연 7000억~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보험사가 실제 내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전체 가맹점 평균(2.17%)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보험료 중 카드 결제금액이 2.4%로 미미한데도, 카드수수료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하는 건 억지”라며 “보험료를 인상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