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윤석중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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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길가에

방공호가 하나 남아 있었다.

집 없는 사람들이 그 속에서

거적을 쓰고 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아이 하나가

제비 새끼처럼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독립은 언제 되나요?"

-윤석중(1911~ ) '독립'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시는 많지만 지금 나에게 남은 진짜 '8.15 시' 는 이 동시 한 편뿐. 해방 1주년에 발표됐다. 방공호에 사는 사람들에게 해방은 어떻게 와야 하는지를, 아니 어떤 해방이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

그로부터 56년. 세상은 많이 달라졌고, 거리에 이젠 방공호 같은 것은 없으며 그 자리에 초현대식 빌딩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나는 길을 걷다가 이따금 놀란다. 누군가 내 등 뒤에서 이렇게 물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저씨, 독립(통일)은 언제 되나요?"

이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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