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 전환 얼마나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자립형 사립고교의 도입을 앞두고 교육계가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선학교 중 재정적 여건을 갖춘 학교가 10여개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국적으로 2003년까지 30개교를 지정하려던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16일 전국 시.도 교육감과 정책 협의를 갖고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의 시범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 갈등 수습 나선 교육부〓최희선(崔熙善)교육부 차관은 9일 자립형 사립고교 도입에 반대해 온 서울시교육청 유인종(劉仁鍾)교육감을 찾아가 반대 입장 철회를 요청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劉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서울의 교육 여건 상 자립형 사립고교는 운영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교육감이 교육위원.학생.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없이 독자노선을 고집한다는 '월권(越權)논란' 도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6일 전국 시.도교육감과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위한 정책 협의를 열어 파문 진화에 나서기로 했다.

◇ 제도도입 여건 불충분〓그러나 시범학교가 되기 위한 재정적 여건을 갖춘 학교가 서울을 제외하면 10개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당초 전국적으로 2003학년도까지 30개교를 지정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대전.대구.충북교육청 등은 이날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선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자립형 사립고교로 지정되려면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아야 하며▶납입금 대비 법인 전입금이 8대2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학생 15%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전국 사립고교 9백30개 가운데 37개교만이 정부의 재정 보조를 받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자립형 사립고 전환 가능성이 작은 외국어고와 예술계 고교 등을 제외하면 11개교가 남게 된다.

또 이들 학교 가운데 납입금 대비 법인전입금 기준을 충족하는 학교는 7개교에 불과하며 여기에 장학금 지급기준까지 적용하면 자립형 사립고 선정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학교는 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들 11개교 중에서도 최소한 4개교는 재단의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에서 자립형 사립고교 선정을 신청할 계획인 C고는 정부로부터 받던 연간 10억여원의 보조금을 받지 말아야 하며, 기존의 법인전입금(3억9천만원)에 추가적으로 8억7천만원의 전입금, 장학금 2억7천만원 등 총 25억여원의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져야 한다.

강홍준.이후남 기자

▶ '자립형 사립고 논란' 기사 모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