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 교육이념 충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년 도입을 앞둔 자립형 사립고를 둘러싼 교육이념 갈등이 교육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를 통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 일부 일선 교육청과 교육단체가 교육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방침대로 내년부터 이 제도가 제대로 시범운영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며 신입생 선발을 4개월 앞두고 일선 학교와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일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도교육청을 통하지 않고 자립형 사립고를 선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교육자치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아 최악의 경우 '반쪽 운영' 이라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정부의 제도도입 방침에 대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히고 부작용 최소화 대책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 도입계획 좌초 위기=유인종(劉仁鍾)서울시 교육감은 9일 기자회견에서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 추천 신청 공고를 내더라도 서울에서는 사립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지 않겠다" 고 밝혔다.

1992년 교육자치제 도입에 따라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래 정책 결정 부서인 교육부와 집행기관인 교육청이 주요 교육현안을 둘러싸고 대립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감이 반대하면 자립형 사립고는 사실상 문을 열 수 없다.

또 전남 등 다른 교육청들도 "자립형 사립학교 운영 조건인 재단전입금 비율(전체 예산의 20%) 등의 조건을 충족할 만한 학교가 거의 없다" 고 밝혀 오는 10월까지 전국에서 30개 시범학교를 선정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 교육계 갈등=劉교육감은 이날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면 '중3병' 이 되살아나 입시과외가 커질 것" 이라면서 "계층완화에 기여해야 할 학교교육이 이를 역행해서는 안된다" 며 반대 이유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환영의 성명을 냈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제도 도입을 찬성해 교육계가 양분 양상을 빚고 있다.

이후남 기자

▶ '자립형 사립고 논란' 기사 모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