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최고회의 발언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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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9일 김중권 대표 등 12명의 최고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6월 당내의 정풍(整風)파문 뒤 두번째다.

오찬을 겸해 1시간45분간 열린 회의에서 김근태 최고위원은 당정 쇄신에 대해 "대통령이 고심하고 결단해 줘야 한다" 고 말했다.

◇ "여권이 먼저 변화해야" =여야간의 정국 대치에 대해 '여당 책임론' 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많은 사람이 '정치가 없어졌다' '막가파식으로 간다' 고 걱정하고 있다" 며 "이는 야당의 정치 공세에서 비롯된 것이나 여당의 책임도 크다" 고 말했다. 鄭위원은 정무장관직 부활과 대변인실 폐지 등을 건의했다.

또 "여야가 날마다 치고받는 정치를 대화의 정치로 바꾸는 데 여당이 먼저 나서야 한다" (김원기 최고위원), "여권 스스로 도덕적인 힘과 기반을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근태 최고위원)는 의견도 나왔다.

당 정치개혁특위를 맡은 박상천 최고위원은 "여.야.정 경제포럼처럼 남북 문제도 여야간에 협의회가 열려 심도있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제안했다.

반면 대야(對野)강경론도 나왔다. 안동선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의장의 '사회주의적 접근' 이라는 비판에 대해 여당에서 납득할 만한 논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고 말했다.

安위원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개혁 문제는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 金대통령에게 전했다.

金대통령은 "8.15 경축사로 국민에게 말씀드려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 고만 말했다고 전용학 대변인은 밝혔다.

◇ "경제 문제 꼼꼼히 챙겨야" =金대통령은 경제 현황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金대통령은 경기대책을 요구하는 최고위원들에게 "경기 예측이 참으로 어렵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도 예측을 제대로 못하고 일본의 경제 회복도 늦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승자 독식시대' 인데 한국은 세계 1등인 품목이 55개밖에 되지 않고 미국은 9백20개, 일본은 3백26개, 대만은 1백22개나 된다" 고 설명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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