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주변 개발 사업자 선정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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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천공항 주변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강동석(姜東錫.사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특정업체쪽에 유리하게 평가기준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그 업체가 우선협상대상 사업자에서 탈락한 뒤 담당 임직원을 보직해임해 특정업체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사측은 향후 최종 사업자 선정을 위한 협상 조건(사업대상지 규모.토지사용료 등)도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밀린 업체측이 제시한 수준으로 정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선정 당시 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이던 이상호 이사는 5일 "姜사장이 사업자 선정에 앞서 두차례에 걸쳐 '에어포트 72' 에 많은 점수를 줄 수 있도록 배점기준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고 말했다.

에어포트 72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원익 컨소시엄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업체로, 여권 실세의 인척이 대표인 업체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李이사는 최근 양언모 사업개발팀장과 함께 보직해임됐다.

姜사장은 이에 대해 "특혜는 있을 수 없다" 며 "공사의 수익성을 위주로 평가기준을 바꾸라고 요청했다" 고 말했다.

◇ 평가기준 변경 요구=㈜원익은 2004년 10월까지 유휴지 1백22만평 중 64만평에 골프장 두곳과 호텔 등을 건설한다는 사업계획과 함께 토지 사용료 6백32억원을 제시했다. 에어포트 72는 1백22만평 전체에 대한 사용료 1천7백29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원익은 1천점 만점의 평가항목 중 10%인 1백점인 토지사용료를 제외한 재무능력.관리운영계획 등 나머지 항목에서 앞서 지난달 28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姜사장은 李이사에게 토지사용료에 높은 배점을 주도록 평가기준을 바꾸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李이사는 "그러나 평가기준이 이미 3개월 전 공시된 것이어서 당초 기준에 따라 ㈜원익을 선정했다" 고 밝혔다.

보직해임과 관련, 李이사는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공정한 평가를 한 결과" 라며 '부당한 처사' 라고 주장했다. 반면 姜사장은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돼 대기발령을 냈다" 고 말했다.

◇ 계속되는 의혹=공사측은 ㈜원익과의 최종 사업계약을 위한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최종 협상 가이드라인을 ▶1백22만평 전지역 개발▶토지사용료 1천7백29억원 수준으로 정했다. 이는 에어포트 72가 당초 제시했던 내용이다.

이에 따라 ㈜원익이 이 조건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 결국 차점자인 에어포트 72쪽에 사업권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姜사장은 그러나 "원익측과 8월 한달동안 우선협상을 벌여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가이드 라인" 이라고 설명했다.

◇ 유휴지 개발사업=공항부지 동쪽 제5활주로 예정지(80만평)와 활주로 남북쪽 해안의 신불도(28만평).삼목도(14만평)지역을 대단위 위락.편의시설로 개발하는 사업. 6개 사업자가 경합을 벌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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