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론…북, 러 끌여들여 공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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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북.러 공동선언에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들어간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북한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북한이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동의했다" 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당국자도 "金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한 점은 신경이 쓰이는 대목" 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 문제를 끄집어낸 것은 미국 압박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지난 6월 대북 협상의 의제로 재래식 무기문제를 포함시킨데 대한 맞불놓기라는 것이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북한이 앞으로 예상되는 대미(對美)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고 말했다.

주한 미군 철수 자체에 대한 집착보다는 미국의 고압적 태도라는 상황변화 때문에 '전가의 보도' 를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이 앞으로 유연하게 나온다면 '거둬들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

그러나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이 문제를 공론화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면서 "향후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서 계속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그럴 경우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한.미 양국간의 문제로 제 3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양국 정부입장과 상충돼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러시아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요구에 동조한 것은 한반도 안보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개정 협상에서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북한쪽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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