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미 절단면 너덜너덜, 나머지는 말끔 … 어뢰 폭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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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의 절단면은 좌현(사진으로 보면 오른쪽)쪽 상부 갑판이 우현 쪽보다 치솟아 있어 천안함을 침몰시킨 외부 충격은 왼쪽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좌현 쪽에서 온 폭발력은 함정 격실벽에 의해 차단돼 우현 상부 갑판에 상대적으로 덜 전달된다는 분석이다.(사진①) 천안함의 좌현은 상부 갑판이 찢겨진 채 남아 있지만, 그 아래쪽 선체는 역브이자에 가까운 형태로 완전히 함몰돼 외부 충격은 선체의 왼쪽 수중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천안함이 버블제트를 일으켜 함정을 파괴하는 어뢰나 기뢰의 폭발에 의해 침몰됐다는 것을 나타내준다.(사진②)선체 우현 측면은 좌현 측면에 비해 적게 함몰됐다.(사진③) [글=김민석 군사전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함미의 절단면은 좌현 상부 갑판이 우현 쪽보다 더 올라갔다. 폭발물의 파괴력이 우현보다는 좌현 쪽으로 더 작용했다는 얘기다. 함미 1층의 중앙에는 사병 식당이, 절단면 좌측으로는 건조물 창고가, 오른쪽으론 기관조정실과 원·상사 식당 등이 격실로 분리돼 있다. 함정의 내부가 격실로 나눠져 있는 만큼 좌현에 폭발력이 가해졌을 땐 왼쪽으로 힘이 많이 전달되고 그 결과 좌현 갑판이 더 밀려 올라가게 마련이다.

선체의 절단면 아래쪽이 함몰된 것은 폭발을 동반한 충격이 아래쪽 수중에서 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어뢰나 기뢰에 의해 발생하는 버블제트 현상으로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결국 어뢰 또는 기뢰 등이 좌현 쪽에 충격을 가해 천안함이 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폭발에 의해 선체 좌현의 하부가 관통됐고, 1.0~1.5초 이후 버블제트 현상으로 천안함이 아래 위로 수차례 꺾이면서 절단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천안함 침몰은 어뢰와 기뢰에 의한 것으로 좁혀지고 있다. 버블제트 현상을 만들 수 있는 무기는 어뢰와 기뢰, 기타 수중 폭발물이다. 군 당국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어뢰가 함정의 선저 부분을 직격하거나 수중에서 폭발하면 천안함이 절단된 것과 같은 결과가 난다. 북한은 직격 어뢰 외에 버블제트를 일으키는 신형 어뢰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해군 관계자는 ”어뢰를 은밀하게 발사하려면 잠수함(정)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백령도 근해는 바다가 얕고 유속이 빠른 데다 물까지 흐려 잠수함(정)의 활동을 탐지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군 전문가들은 사출형 기뢰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어뢰를 원통 속에 넣은 사출형 기뢰는 잠수함(정) 등으로 은밀하게 사전에 부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자주 다니는 항로 부근의 해저에 사출형 기뢰를 수일~수십일 전에 부설하면 천안함의 스크루 소리를 감지해 자동으로 발사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이 어뢰나 기뢰에 의한 것으로 좁혀지면서 북한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백령도=박태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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