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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자연장과 장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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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여기서 유의할 것은 법정 스님의 사십구재 이후다. 스님 골분을 어디에 뿌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장사법(葬事法)은 자연장을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골분을 스님이 거주하던 강원도 오두막 뜰에 있는 나무나 화초 주변에 뿌리는 것은 자연장에 부합한다. 하지만 일부 골분을 성북동 길상사 경내에 뿌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는데 여기에는 법적인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길상사는 주거 지역으로 자연장이 제한되며 이를 어기면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길상사는 강원도 오두막 못지않게 스님의 땀과 숨결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제자들이 길상사에도 골분이 뿌려지기를 원한다면 장사법의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도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2006년 10월 10일 대통령 재임 시 매장제도 개혁 방안으로 자연장 제도를 도입하는 장사법 전문 개정안이 통과돼 법률로 시행 중이다. “화장해라. 작은 비석 하나 남겨라”는 고인의 유언은 스스로 도입한 자연장 제도의 실천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이 유언이 지켜졌다면 그 나무장 지역은 고인의 넋이 살아 숨쉬는 성지로 승화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제는 다른 곳에 강판과 너럭바위, 1만 개가 넘는 박석(薄石)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입법학회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장사법에 저촉됨을 면하려고 골분이 묻히는 곳을 ‘시신이나 유골(골분 전 상태)을 묻는 분묘’로 의제(擬制)해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실무자는 ‘유골 개념에 골분을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현행법상 괜찮다는 것이다. 자연장 제도 도입 당시 종전의 ‘납골당’ 용어를 ‘봉안당’으로 고치면서 봉안당에 안치하는 ‘유골’ 용어를 ‘골분’으로 정비하지 못한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침 국회는 장사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법률 명칭과 용어를 포함한 전문 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복지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 1주기와 법정 스님의 사십구재 전에 자연장 규정의 문제점과 골분을 안치한 봉안묘도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될 수 있는지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것이 고인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성 한국입법학회 감사